'이것저것 간단 리뷰'는 제가 최근에 플레이한 보드게임 중 새롭게 배운 게임이나 특별히 코멘트할 게 있는 게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리뷰해보는 게시물입니다. 읽으실 때 플레이 횟수가 적은 상태에서 게시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플레이 횟수가 특히 부족한 게임은 제 플레이 경험 폭을 적어놓았습니다.

「크툴루 : 죽음마저 죽으리니」
(Cthulhu : Death May Die)
최근 정말 자주 플레이하고 있는 협력 게임입니다.
1시간 반 정도면 충분한 가벼운 템포, 그럼에도 등장하는 적이나 구성물에서 느껴지는 웅장함이나 묵직함이 주는 만족감이 좋습니다. 원래도 「좀비사이드」 시리즈를 좋아했어서 그와 비슷하면서도 훨씬 덜 늘어지는 게임 구성도 맘에 듭니다.
굳이 이 시리즈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어서 모임에서도 꺼내기 좋다는 게 큰 장점이네요.
룰 공부 열심히 해서 모임에 전파한 보람이 느껴지는 게임입니다.

「섀클턴 베이스 - 언더문, 루나, 제니스 확장」
(Shackleton Base: Below. Within. Above. (2026))
10점, 25점에서 추가 보상을 주는 것은 행동 수가 정해진 게임에서 고점이 높아지니까 기본적으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희 게임은 25점이 매우 늦게 나와서 그 부분 활용은 아직 더 연구가 필요했지만요.
확장에서 새롭게 추가된 기업은 복잡도가 좀 있는 편입니다.
언더문은 리스크(유지비)와 리턴(추가 수입)이 모두 있는 기업인데, 추가 수입이 적지 않은 편이어서 조금은 챙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지하를 많이 뚫으면 뚫는 순간에 기업 자원도 얻을 수 있는데 이게 3라운드에 액션 연게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고요. (저는 굴을 조금만 팠더니 아쉽게 꼴등...)
루나는 민간인들을 데려와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데, 언더문과 같이 했을 때는 특히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약간의 비용이 드는 와일드 카드 느낌이라서 액션 사이의 윤활제가 되어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제니스는 건물을 복층화 시켜서 점수 생산을 알차게 받을 수 있고 몇몇 건물은 특별한 능력도 있는데, 제가 했던 게임에서는 제니스 건물 카드가 순서가 요상해서 거의 활용이 안 되었네요.
종합적으로, 다른 기업과의 상호작용이 기대되는 기업들이었고, 「섀클턴 베이스」를 좋아하실 분이라면 당연히 좋아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기본판 대비 약간 비싼 느낌이 드는 게 단점이고요.

「반지의 제왕 카드 게임 - 회색 산맥 캠페인 확장」
영어판으로 반 정도 진행하다가 한국어판이 발표되면서 쉬었던 '회색 산맥' 캠페인 확장을 한국어판 카드풀로만 진행했습니다.
전체적인 난이도가 'Angmar Awaken'보단 쉬운 편이고, 무엇보다 캠페인 보상이 강력해서 적은 카드풀로도 수월하게 깰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판 첫 싸이클로 이 싸이클이 발매된 건 (히트게임즈의 의사와 프린트 일정 중 어느쪽이 더 크게 작용했는진 몰라도)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일부 시나리오에서는 랜덤 요소를 찾는 데 성공해야지만 진행되는 퀘스트는 불필요하게 퀘스트가 길어지는 경우가 있는 건 아쉬웠지만, 이 싸이클의 흠을 그나마 잡는다면..의 느낌이라 큰 문제는 아니었네요.
초행에선 캠페인 모드를 하든 일반 시나리오식 플레이를 하든 상관없이 좋은 캠페인 확장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영어판으로 아직 안 해본 퀘스트들 좀 더 즐길 거라 한동안 안 꺼내보긴 하겠지만, 한국어판 다른 덱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시나리오가 몇 개 있긴 하네요.



「토네이도 스플래시」
Tornado Splash
자신이 고른 모터보트 전용 덱에 그려진 칸과 코너링 점선을 통해 실제 카드 크기 및 각도를 활용하는 레이싱 게임입니다. 따라서 테이블 크기 및 플레이어가 설정한 코스 중심점에 따라서 자유롭게 코스를 구성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코너링 난이도 등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세 번째 사진처럼 테이블 바깥으로 떨어져서 탈락할 수도 있고요.
생각보다 상대를 앞서나가려고 하는 긴장감도 잘 느껴지고, 무엇보다 카드들이 깔리면 모터 보트가 물살을 가로지르는 듯한 비주얼이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최근 아스모디 코리아에서 내놓은 게임 중 가장 맘에 드는 게임이네요.

「라 & 라이트」
(Ra & Write)
플레이 경험 : 5인플 1회
경매 게임 「라(Ra)」의 경매 요소는 빼고 셋 컬렉션 요소만을 살려서 만든 플립 & 라이트 게임입니다. 「라」를 해보신 분이라면 익숙할 점수 계산 방식을 볼 수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안정적인 점수 구조가 있는 게임이고, 나쁘게 말하면 「라」와의 차별점이 아쉬울 수 있어요. 일단 이 게임이 맘에 든 저조차도, 이 게임과 「라」를 같은 날 플레이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서요.

「로테이트」
(Rotate)
플레이 경험 : 5인플 1회
시작 플레이어는 카드를 가로와 세로 중 원하는 방향으로 낼 수 있습니다. 후속 플레이어들은 카드를 낼 때 (리드 수트를 따라갈 수 있으면 따라가는 건 기본이고) 가로/세로를 따라서 내야 하고요.
이 과정에서 특정 조건이 만족되면 카드의 가로/세로가 게임 제목처럼 로테이트되고, 리드 수트까지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의외의 플레이어가 승리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카드의 가로/세로 방향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는 아이디어까지는 좋았지만, 트릭 중간에 회전이 이루어지면서 전략성은 파괴되고 그렇다고 유쾌한 의외성이 생겼다는 기분도 들지 않는 게임이었습니다. 점수 계산 규칙도 '가로/세로 승리 중 더 적게 이루어진 승리를 하거나, 0승 하기'인데 이걸 노리고 하기도 힘들고, 성공했을 때 도파민이 있단 느낌도 덜하고요.
결국 '트릭의 향방을 정하는 건 내가 아닌 남'이라는 점이 가져온 재미보다 단점이 더 크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인원수가 더 적은 상태로 한다고 딱히 더 좋아질 것 같진 않아서 방출 결정. (근데 웬만큼 낮은 가격 아니면 안 팔릴 듯한 느낌이...)

「상인들의 계곡」
(Dale of Merchants)
플레이 경험 : 2인플 1회
자기 차례가 되면 세 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하게 됩니다.
- 손에 든 카드 한 장을 버려서 제공하는 액션 하기
- 손에 든 카드들을 버리고 그 가치로 새로운 카드 사기
- 손에 든 같은 색의 카드들을 정해진 가치만큼 덱에서 방출해서 점수 한 단계 높이기 진행하기
액션 카드랑 돈 카드의 구분을 아예 없애버리고, 점수도 카드를 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 카드를 덱에서 방출해야 점수가 되게 만든 점이 재밌는 요소였습니다. 같은 색의 카드를 모아야 점수 단계를 높일 수 있고 먼저 8단계가 되어야 승리하는데, 덱의 강화와 해체의 밸런스를 잡아야 하는 점이 재밌었네요.
2인플이라 3색만 사용되었는데, 더 많은 색이 사용되는 다인플에서의 감각도 궁금해지는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한국어판 발매 과정에서의 잡음이 없었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입소문을 탈 수 있는 게임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17 다이스 벳」
(17 Dice Bet)
플레이 경험 : 4인플 1회
주사위로 하는 포커 & 베팅 게임이란 느낌입니다. 공용 주사위 + 개인 주사위의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 족보의 달성 여부를 가지고 베팅하는 게임이에요.
이런 류가 으레 그렇듯이 족보가 만들어지면 도파민이 돌지만... 시작 플레이어와 말석 플레이어를 제외하면 족보의 달성이 운에 기대야 해서 이후로는 베팅을 통한 심리전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것도 깊게 생각하는 플레이어끼리 플레이해야 의미가 있단 느낌이 좀 있었습니다.
규칙서를 읽고 걱정한 단점이 너무 그대로 드러나는 경험이었습니다. 어떤 게임을 해도 즐거운 지인이 플레이하자고 하는 건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구매는 사양하고 싶은 게임이었어요.

「라 : 주사위 게임」
(Ra : The Dice Game)
플레이 경험 : 3인플 1회
경매 게임 「라(Ra)」의 득점 방식을 따온 주사위 게임입니다.
자기 차례가 되면 주사위 5개를 굴리고 약간의 재굴림 뒤 주사위 눈을 조합하여 점수 요소를 모을 수 있습니다. 이때 '라' 주사위는 재굴림이 불가능하며, 플레이어들이 전진시킨 라 트랙이 일정 량이 되면 라운드가 종료되고 점수 계산을 하게 되고요. 라 주사위가 세 개 이상 모였을 땐 특수 행동이 일어나서 라 트랙이 폭주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라 트랙의 전진의 불규칙성은 원작 「라」의 느낌을 살렸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라' 주사위가 페널티 주사위 역할을 해서 그런지, 플레이 감각은 「쓰루 디 에이지스 주사위 게임」에서 기술 요소를 뺸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라 & 라이트」와도 비슷한 단점으로) 원작 「라」와 차별화가 크다는 느낌은 안 들기도 해요.


「월드 오더」
(World Order)
플레이 경험 : 3인플(미국-EU-중국) 1회, 4인플 1회 / 둘 다 이벤트 확장 미적용
2010년대 신냉전의 강대국이 되어 패권 경쟁을 하는 영향력 게임입니다. 실제 전쟁 수준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고 군사적 / 외교적 / 경제적 방법으로 전세계 여러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이는 형태입니다.
3인플은 초플2명 테플1명한 룰마가 규칙 설명까지 3시간이 조금 안 걸렸고, 4인플은 1회플한 룰마에 초플 3명이서 5시간 조금 안 걸렸습니다.
첫 플레이 시에는 8가지 메인 행동의 진행 방법 및 그 효과가 안 익숙해서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잘 배우고 나면 두 번째부터는 이 장벽이 사실상 사라지기에 플레이 속도가 확 좋아질 것 같아요.
「헤게모니」의 제작사의 신작이라서 「헤게모니」라 비교하게 되긴 하지만, 게임의 구성만 놓고 보면 게임의 지향점 자체가 다르단 느낌입니다.
저는 「헤게모니」는 전략향을 입힌 테마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큰 특징인 강한 비대칭성은 제 기준에선 장점보단 단점이었던 게, 다른 플레이어의 전략과 수를 파악하기 어렵더라고요. 「헤게모니」에 숙련된 플레이어들이 반복해서 한다면 맛이 우려나오긴 하겠지만, 저는 거기까지 갈만큼의 흥미는 못 느껴서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게임은 아니에요.
반면에 「월드 오더」는 현대의 국제 관계의 테마가 잘 살아 있지만 본질은 영향력 전략 게임이라고 봅니다. 기본적인 뼈대 규칙은 모두가 공유하고, 아주 사소한 차이만 있는 정도라서 다른 플레이어의 수를 파악하기 좋았어요. 그러면서도 각 강대국의 특징 및 국제 관계가 (2010년대 기준이긴 해도) 잘 반영되어 있어서, 국제 뉴스를 잘 모르는 저도 많은 부분에서 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고요.
게임의 뼈대는 자기 차례에는 카드를 하나 사용하여 한 라운드에 네 차례씩, 여섯 라운드 동안 스물네 번의 차례를 가지는 방식입니다. 라운드가 끝났을 때 손에 남은 카드들 및 다른 보너스를 합쳐서 새로운 카드를 구입하는 덱빌딩 요소도 있고요.
여러 방법으로 카드를 당겨서 쓸 수 있고 매 차례 카드를 사용하며, 무엇보다 새롭게 구입한 카드는 덱 가장 위로 올라가기에 「잊혀진 유적의 아르낙」보다는 약간 더 덱빌딩의 중요성이 느껴지는 편입니다. 제가 첫 판에는 고급 카드 및 카드 드로우, 덱 압축을 최대로 활용하니 1라운드에 산 카드를 총 네 번 사용하는 게 가능했어요. 반면에 두 번째 판에서는 새로운 카드 구입을 거의 안 했더니 후반 1액션의 폭발력이 약간 떨어지는 것도 느껴봤고요.
물론 고급진 카드가 아니더라도 수계산 및 다른 전략으로 점수를 내는 게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로 두 번째 판이 점수나 등수가 더 좋았던 걸 보면, 아직은 더 전략을 파고들어볼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헤게모니」가 흥미가 떨어져서 「월드 오더」는 펀딩에 참여를 안 했는데, 해보고 나니 너무 맘에 들어서 일반판이라도 살걸...이라는 기분이 드네요. 지갑 사정이 좋았으면 바로 중고 구매나 일반 판매에 눈길을 줬겠지만, 지갑 사정이 아쉬워서 또 기회를 놓칠 것 같아 아쉬울 만큼 맘에 든 게임입니다.
p.s.
기본판 모듈 확장 중 행정 명령은 숙련자팟은 잘 모르겠지만 초플에선 넣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행동의 여파가 안 익숙한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때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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