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간단 리뷰'는 제가 최근에 플레이한 보드게임 중 새롭게 배운 게임이나 특별히 코멘트할 게 있는 게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리뷰해보는 게시물입니다. 읽으실 때 플레이 횟수가 적은 상태에서 게시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플레이 횟수가 특히 부족한 게임은 제 플레이 경험 폭을 적어놓았습니다.
레거시/스토리 게임은 스포일러가 없고, 약한 스포일러 요소는 가림 처리해두었습니다.
「마이 시티 (My City) (2020)」
- 전체 캠페인 플레이 완료 (4인플)
6월에 끝냈는데 바빠서 리뷰 쓰기를 미루다 보니, 거리두기 강화로 게임하기 힘들어지면서 의욕 감퇴로 더 미루다가, 결국 간단 리뷰로 적당히 마무리 짓게 되네요.
경쟁 레거시 게임은 「차터스톤」, 「퀸즈데일의 부흥」, 「마이 시티」의 세 개를 해봤는데, 「마이 시티」가 가장 좋았습니다. 협력을 포함하면 여기에 「팬데믹 레거시」 시즌 0, 1, 2가 추가되는데, 이중에서도 공동 1등 정도?
이하 간접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한 평가가 있습니다.
폴리오미노 놓기 게임을 기본적으로 좋아하여 가산점을 주기도 했지만, 가장 좋은 건 이 게임이 레거시의 핵심인 '룰의 개변'을 다루는 방식이었습니다.
「팬데믹 레거시」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이나 게임 중 신경 써야 하는 요소 및 목표가 늘어나면서, 캠페인의 후반부로 갈수록 한 판 한 판이 매우 무겁게 느껴지는 걸 단점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전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학습 곡선 자체는 가파르지 않긴 합니다.)
그러나 「마이 시티」는 한 번 들어온 룰이 반드시 게임 끝날 때까지 함께하지는 않습니다. 룰의 삭제와 추가가 모두 이루어짐으로써 게임에 지속적인 변화를 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 게임 한 게임이 지나치게 무거워지는 것을 방지하였습니다.
초기 구매자들은 코리아 보드게임즈의 실수(1챕터에 추가되는 룰A의 오역, 2챕터에 추가되는 요소 B가 1챕터에서 추가된 요소 C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이 미흡)로 캠페인 초기의 경험이 온전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팬데믹 레거시 시즌 0 (Pandemic Legacy Season 0) (2020)」
- 전체 캠페인 플레이 완료 (3인플)
얘도 6월에 끝냈는데 이제야 글을 쓰네요.
스포 없이 적자면.... 위장 신분을 이용하여 게임 중에도 직업을 바꾸는 듯한 효과가 생기는 건 좋았습니다. 하지만 팬레 시리즈 중에서 처음으로 마지막 달을 실패로 끝내서 아쉬움도 가장 큰 팬레였습니다. 다만, 마지막 달의 성공/실패 여부와는 별개로, 게임에서 느낀 재미나 만족도 자체는 팬레 1, 2보다는 약간 부족했습니다. 아무래도 레거시 캠페인을 하는 동안 룰이 누적되고 복잡해지면서 피로도가 오는데, 비슷한 시기에 캠페인을 끝낸 「마이 시티」는 레거시 시스템임에도 너무 무겁지 않고 산뜻한 편이라 더 비교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서카디안 : 퍼스트 라이트 (Circadians : First Light) (2019)」
-다인플 수회
한참 전에 킥스타터에서 받은 게임이고 플레이도 몇 번 했는데 간단 리뷰는 쓴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주사위를 이용한 일꾼 놓기 게임입니다. 라운드 시작 시 주사위를 굴리고, 주사위가 일터로 나갈 순서를 미리 정해야만 합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준비되면 가림막을 열고 일꾼 배치 및 액션을 시작합니다. 주사위 눈이 높아야 좋은 액션과 주사위 눈이 모두 평등한 액션이 섞여 있고, 라운드 끝날 때 일꾼(=주사위)이 돌아오는 액션이 많지만 점수를 내는 액션은 일꾼이 돌아오지 않는 점이 재밌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플레이어의 주사위 눈을 몰라서 일꾼 놓기 계획을 잡는 부분이 너무 무작위적이지 않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본부HQ'라는 일터에 자기 주사위를 놓으면 돈 역할을 하는 자원 또는 점수 획득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아주 약간 받고, 그 주사위가 그대로 게임판에 남아 있다가 다음 라운드에 시작 플레이어의 주사위보다 먼저 일을 하러 갈 수 있습니다. 이걸 전략적으로 이용하면 필요한 일을 계획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또 계획 단계 때도 본부에 있는 주사위가 가장 먼저 고려되기 때문에 일꾼(주사위) 준비가 완전히 무작위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주사위 운이 전혀 영향이 없는 건 아니라서, 엄청나게 진지한 자세로 즐기는 게임은 아니지만요.)
전반적으로 최근의 일꾼 놓기 게임들과 다른 경향성을 가진 게임이지만(예를 들어, 자신의 주사위를 보정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점?) 그것들이 그저 독특함으로 끝나지 않고 게임의 전반적인 재미의 방향에 잘 어울려서 무척 좋아합니다. 박스는 작지만(「서쪽 왕국의 성기사」와 같은 크기입니다.) 100분 정도 알차게 즐기기 좋아요.
「정령섬 : 가지와 발톱 (Spirit Island : Branch and Claw) (2017)」
- 1인플 십여 회
협력 게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고, 1인플이 가능한 게임 중에서도 탑이라고 생각하는 게임이고, 지금도 1인플을 매우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만, '가지와 발톱' 확장은 완벽하게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점령/건설/탐험을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토큰들이 생긴 건 마음에 듭니다. 눈앞에 닥친 위험요소를 급하게 해결하기보단 미래에 다가올 위험요소를 미리 방어한다는 컨셉은 기존 「정령섬」의 재미와 일치하니까요.
하지만 이벤트 시스템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기본판 정령섬에서 운이 작용하는 요소는 능력 카드 획득, 공포 카드, 오염된 섬, 탐험 정도였습니다. 운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게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운이 엄청 크게 작용하는 것도 아니었죠. 하지만 이번에 추가된 이벤트 카드는 제가 원하는 것보다 더 폭넓은 무작위 요소로 느껴졌습니다. 이벤트 카드 덕분에 기본판보다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 건 맞지만, 그 다양함이 꼭 재밌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이벤트 없이 하는 룰도 찾아보았지만 깔끔하게 느껴지진 않았고요.
게임의 높은 완성도에 흠이 갈만한 단점은 아니고 사소한 취향 차이 수준의 요소이지만, 코로나 시국에 가장 많이 돌린 게임 중 하나라서 좀 아쉬운 맘 투덜거려봤습니다.
「하드리아누스 장벽 (Hadrian's Wall) (2021)」
- 1인플 수회, 2인플 2회
짧게 요약하면, 엄청나게 거대한 규모의 「영리한 여우 (Ganz Schön Clever)」입니다. 자원으로 칸을 채워서 벌어들이는 콤보에서 재미를 느끼고, 다른 플레이어와의 인터액션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란 점에서요.
여기저기서 자원을 끌어모아 아슬아슬하게 원하는 바를 이룰 때의 재미가 아주 큰 규모로 펼쳐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영리한 여우」나, 「버건디의 성」 같이 작은 액션이 끝없이 이어지는 느낌의 게임을 좋아하신다면 이 게임도 좋아하실 겁니다.
대신 여러분이 알고 계신 그 어떤 게임보다 인터액션이 더 적은 것은 명백한 불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인플이 1인플보다 더 유리하거나 유의미한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그게 1인플과 재미면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가진 않습니다. 「Encore! (독어명 Noch Mal!)」이나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가 「하드리아누스 장벽」보다 훨씬 더 인터액션이 활발한 게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p.s.
이 게임은 '롤 앤 라이트'나 '드로우 앤 라이트'와는 거리가 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카드 드로우의 형식을 취하긴 하지만) 일정 폭 안에서 무작위로 받게 되는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소모하여 다시 자원을 벌어들이고 점수를 높여갈지 결정하는 유로 게임의 감각이 강하죠. '드로우 앤 라이트'와 아예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드로우 앤 라이트'의 정의 및 거기서 기대하는 요소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도 아닌 중간지대?
「아컴 호러 카드 게임 : 잊힌 시대 (Arkham Horror The Card Game : The Forgotten Age) (2018)」
- 1회클 (1조사자 1인플, 쉬움)
스토리의 흥미로움, 몰입감, 풍부함, 각 시나리오가 주는 긴장감은 최고였습니다만, 딱 한 시나리오가 매우 큰 불만입니다. 이러한 시나리오형 게임에서 독특한 변화를 주는 것은 좋습니다만, 그 변화의 폭이 지나치게 커서 특정 아키타입의 덱은 아예 대응이 불가능하고, 시나리오 실패 시의 페널티도 지나치게 큽니다. 3~4인플을 주로 하신다면 힘이 약해지는 조사자가 있어도 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저처럼 1~2조사자 플레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단점이 너무 큰 캠페인. 그래서 제 평가는 '던위치의 유산'이나 '카르코사로 가는 길'보다 아래입니다. ('광신도의 밤'보다 조금 나은 정도...?)
「인더스트리아 (Furnace) (2021)」
- 2인플 기본룰 1회
경매를 통해 카드를 가져가고, 카드를 통해 자원의 변환 및 소모(+득점)이 이루어지는 게임입니다. 다만 경매는 입찰 선언이 아니라 「태양신 라」처럼 입찰 기회가 한정된 방식이고, 유찰되더라도 입찰 디스크를 돌려받지 못하는 대신 자신이 입찰한 카드가 제공하는 보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낙찰받는 게 좋은 게 아니라, 적당한 유찰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하죠.
이러한 유찰 시스템에 흥미를 느껴서 구입했고, 플레이해본 소감도 만족입니다. 아직 2인플만 해본 거라 낙찰/유찰 시스템의 진미를 느껴보지 않았습니다만, 위에서 설명드린 시스템에 흥미가 느껴지신다면 꼭 한 번 해보시길 권합니다.
카드의 수가 적어서 플레이 다양성을 우려하신 분도 계신 걸로 아는데, (4인플이라 하더라도) 모든 카드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카드가 등장하는 순서에 따라서 자원의 흐름이나 카드의 중요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걱정이 없습니다.
2인플 시 더미 플레이어의 무작위성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습니다. 입찰에 몇몇 제한을 두는 규칙 덕분에 라운드 후반에는 더미 플레이어의 디스크가 놓일 수 있는 곳이 좁혀져서 마치 더미 플레이어의 입찰을 예상할 수 있는 듯한 상황이 생깁니다.
다만 카드의 공급에 관해서는 2인플이 가지는 한계가 느껴지긴 했습니다. 아직 한 판밖에 안 해봐서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만, 전체 36장(프로모 포함 시 37장) 중 24장의 카드만 등장하다보니 게임에 등장하는 카드의 내용이나 순서에 매우 큰 영향을 받습니다. 제가 했던 게임에서는 초반에 자원 변환 카드만 나오고 단순 자원을 얻는 카드 대부분이 4라운드에 나오거나 아예 안 나와버려서 매우 빡빡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었거든요. 인원수에 따라 쓰는 카드풀이 달라지지 않는 게임이라 2인플 시 카드 공급 경향이 큰 폭으로 변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플레이하시는 분 성향에 따라서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겠네요.)
2인플과 다인플의 경험이 다르고, 일반 규칙과 상급자용 규칙이 다를 것이 보여서 어서 다양한 상황에서 다시 플레이해보고 싶습니다.
「18릴리퍼트 (18Liliput) (2018)」
- 2인플 기본룰 1회
택배가 다음 주에 올 줄 알았는데 오늘 온 덕분에 바로 한 판 돌려볼 수 있었습니다. (대신 이제부터 에러플을 했는지 룰북 복습을 해야 합니다...)
「증기의 시대」는 많이 해봤지만 18XX 시리즈는 이번이 첫 경험입니다. 그래서 전반적인 게임 흐름을 뒤늦게 파악한 부분이 많았지만 - 두 번째 회사를 너무 성급하게 세움, 후반 D 열차가 매우 강력하고 4등급 열차조차 쇠퇴할 수 있기에 기차 구입을 위하여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도 중요함 - 그래도 작은 박스 사이즈에 기대 이상의 알찬 재미가 담겨 있는 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외 리뷰 중에서 '유로게임에 익숙한 게이머가 접하기 좋은 18XX 게임'이란 평이 있었는데, 아주 정확한 평이었습니다. 18XX 게임이 주식 요소가 강한 게임이라 돈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이 게임은 자기 회사라는 개념도 존재하고 액션 선택도 유로 전략게임스러운 오픈 스네이크 (1-2-3-4-4-3-2-1)를 채택해서 게임이 아주 생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다만 돈 버는 법만큼은 너무 늦게 깨달은 게 아쉽네요ㅠㅠ
저와 같이 한 플레이어 모두 「증기의 시대」를 좋아해서인지 「18릴리퍼트」도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반대로 「증기의 시대」가 까다롭고 힘들게 느껴진다면 이 게임도 그리 즐겁지 않으실 겁니다.) 2인플이라서 주식 부분의 인터액션이 다소 약한 느낌도 있었고, 무엇보다 오늘 플레이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맘이 커서 어서 다인플을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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