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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12.27 이것저것 간단 리뷰 - 「업세션」, 여러 간단한 게임들 1

  '이것저것 간단 리뷰'는 제가 최근에 플레이한 보드게임 중 새롭게 배운 게임이나 특별히 코멘트할 게 있는 게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리뷰해보는 게시물입니다. 읽으실 때 플레이 횟수가 적은 상태에서 게시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플레이 횟수가 특히 부족한 게임은 제 플레이 경험 폭을 적어놓았습니다.

 

  한동안 게시물을 안 써서 기억이 나는 게임까지만 작성하였습니다.

 

 

 

 

 

   「업세션 (Obsession)」

 

  플레이 횟수 - 2, 3, 4인플 총 10회 이상

 

 

  영국 사교계를 배경으로 부유한 페어차일드 가문의 결혼 적령기 남매와 친해지는 과정에서 가문의 이름을 다시 드높이는 과정을 그린 게임입니다. 소설 '오만관 편견'이나 드라마 '브리저튼'의 테마를 가져와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둘 다 안 봐서, 저는 만화 '엠마' 쪽을 떠올리는 게 더 몰입하기 쉽더군요.

 

  자신의 차례가 되면 자기가 가진 자산 중 하나를 사용하고, 그 자산을 사용하는 활동에 손님(*)들을 초대하여 가문의 위세를 알립니다. 이 과정에서 초대한 손님과 자산의 활동이 제공하는 보너스를 받게 되고요. 이 과정에서 여유자금이 생기거나, 초대 가능한 손님(카드)이 늘어나거나, 내 자산이 사람들 입소문을 타면서 점수가 높아지고, 활동을 도운 고용인들은 두 턴 연속은 일할 수 없어서 한 턴 쉬게 해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자산 타일을 하나 구입할 기회를 가진 뒤 차례 종료. 가끔 활동이 어려울 때는 한 차례 휴식을 하고요.

  (*손님: 정식 명칭은 젠트리이지만, 게임을 모르는 분들이 게시물을 이해하시기 편하도록 편의상 손님이라 칭하겠습니다.)

 

  그러다 일정 라운드가 지날 때마다 페어차일드 남매의 관심사에 따라서 특정 플레이어 가문과 더 친해지거나, 게임 종반부엔 아예 결혼에 성공하기도 하고요.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모은 자산 및 손님 카드, 그 외 기타 등등의 점수를 모아서 점수가 높은 사람이 승리하게 됩니다.

 

 

 

  게임 박스의 크기나 구성물의 수, 규칙서의 길이 등은 전략 게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플레이해보면 생각보다는(전략게임 치고는?) 간단한 편입니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타일 중 하나를 고르고, 그 타일이 요구하는 손님 카드와 하인을 할당하여, 이득을 받는 게 전부라서요. 다만 플레이가 간단할 뿐, 이러한 과정에서 손님을 계속해서 초대할 수 있도록 카드를 확보하거나, 기왕이면 아직 점수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은 타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순서와 손님 조합을 잘 짜는 고민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 나를 윤택하게 해주는 게 보이면 거기서 쾌감이 느껴지죠. 선택지가 많은 고민을 반복하고 내 결정에 대한 피드백이 확실한 게 이 게임의 큰 재미이자 장점입니다.

 

  다만 저에게 최고의 전략게임이었는가 고민해보면, 그건 아니라 할 수 있겠네요.

 

  다른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이 없는 건 아닙니다. 타일을 누가 먼저 구매하느냐, 누가 페어차일드 가문의 호감을 더 많이 사느냐부터 시작해서, 몇몇 타일은 직접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를 방해하는 기능이 달려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플레이어의 상황을 살피고 나의 선택을 수정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타일과 카드를 들여다보는 게 게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상호작용이 '결과'인 경우는 많지만 '전략적 도구'로 활용 가능한 경우가 많지 않고, 재밌는 상황을 만든다는 느낌도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변수는 명망가 카드입니다.

 

  명망가 카드는 손님 카드 중 초대 조건이 특히 더 까다로운 대신 강력한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입니다. 시작 타일 중 한 장으로 딱 한 번 명망가 카드를 얻을 수 있고, 그 외에는 게임 중 얻을 수 있는 다른 손님 카드나 타일의 효과로 가져와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명망가 확보 수단(특히 명망가 카드를 얻게 해주는 손님 카드)을 내가 차지할 수 있는지에 운의 요소가 많이 작용하고, 그렇게 명망가 카드를 얻을 기회가 생겨도 내가 부르기 쉬운 명망가가 올지 아닐지에도 다시 한 번 운이 작용하게 됩니다. 명망가 카드 없이는 한계가 있는 편이고요.

 

  그래서 이 게임은 큰 전략을 가지고서 게임을 이끌어나가더라도 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점검한 뒤 최선을 다하는 게임성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나에게 주어진 카드를 잘 활용하는 실력이 중요한 게임은 많습니다만, 「업세션」의 경우엔 손님 카드, 그중에서도 특히 명망가 카드에 한해서는 운의 비중이 적지 않게 느껴진다는 건 많이 아쉽더군요. (그래도 긴 게임 모드에서는 운을 어느 정도 중화할 만한 시간이 주어지긴 합니다만....)

 

 

 

  이러한 특징들은 「업세션」의 특징이고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강점이긴 합니다. 다른 사람을 너무 신경쓸 필요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이기든 지든 고민을 즐기고 선택의 달콤한 결과를 즐기는 거죠. 이기면 내가 잘한 거고, 지면 카드운이 나쁘다고 생각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특징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좋은 게임'이 될 수는 있었지만, 제 인생게임이나 올해의 게임이 되지는 못한 이유이기도 했네요.

 

 

  아직 '위층, 아래층' 확장은 해보지 못했는데, 슬슬 기본판으론 아쉬운 느낌이 드는 만큼 1월 중에는 확장을 넣어서 해봐야겠어요. 게임 특징상 1인플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요.

 

 

 

 

 

 

  「훈트 (Hund)」

  플레이 횟수 : 기본규칙 3인플 수회, 4인플 1회

 

 

  「훈트」는 트릭테이킹 게임으로, 「Ebbes」의 신버전..이라고 알고 있긴 한데, 「Ebbes」는 해본 적이 없네요.

 

 

  게임은 항상 다섯 개의 수트를 사용하고 수트별로 능력이 있습니다. 진행 방식은 일반적인 트릭 테이킹과 동일하고요. (시작 플레이어가 낸 수트가 있으면 따라서 내야 하고, 없으면 아무거나 내도 된다. 트럼프 수트가 있으면 가장 높은 트럼프 수트가, 없으면 시작 플레이어가 낸 수트의 가장 높은 카드가 이긴다.)

 

  그런데 수트의 능력은 게임 규칙상 정해진 게 아니라, 라운드 중 플레이어의 행동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결정 숫자가 5인 게임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5가 나온 수트가 트럼프 수트가 되고, 그 다음으로 5가 나온 수트는 장당 1점인 플러스 수트, 세 번째는 해당 수트를 가장 많이/적게 얻은 플레이어가 아닌 중간 등수 플레이어들은 3점씩 받는 훈트 수트, 네 번째는 장당 -1점인 마이너스 수트, 다섯 번째는 가장 많은 먹은 플레이어가 다음 라운드 시작 플레이어를 정하는 리드 수트가 됩니다.

 

  이렇게 수트별 능력이 변한다는 게 훈트의 엄청난 매력입니다. 내 손에 결정 숫자 카드가 많다면 이걸 어떻게 내야 수트별 능력이 나에게 유리해지도록 이끌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고, 결정 숫자가 적다면 결정 숫자들이 어느 타이밍에 나올지 예측하고 필요하다면 이끌어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수트가 안 정해진 카드를 잔뜩 먹었다면 이 카드가 훈트나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하는 긴장감까지도요.

 

  게임이 시시각각 변하기에 어려울 것 같지만, 위에서 말한 규칙이 게임의 거의 모든 규칙이라 해도 좋을 정도라서 트릭테이킹이 안 익숙한 분도 금방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트릭테이킹은 사람 수가 적으면 재미가 좀 아쉬울 때가 종종 있는데, 이 게임은 3인플도 괜찮았습니다. 다만 3인플 기본규칙일 때는 중간 등수를 노려야 하는 훈트 수트가 죽는 경우가 많아서, 이 부분 때문에 4인플이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5인플... 해보고 싶습니다...)

 

  그 외에 확실한 단점이라면, 스코어보드 중 한 쪽면에 오타가 있다는 거? 사진에 보면 7과 8의 위치가 바뀌어 있습니다.

 

 

 

 

 

 

 

  「12 칩 트릭 (12 Chip Trick)」

 

  플레이 횟수 : 3인플 10회 이상

 

 

  세 명의 플레이어가 열두 개의 칩으로 간단하게 즐기는 게임입니다. (2, 4인플도 되지만, 아직 못해봤습니다. 2인플은 안 궁금하기도 하고요.) 게임 장르는... 트릭 비슷한 요소는 있지만 트릭테이킹은 아니고... 패 털기 요소는 있지만 그게 꼭 유리한 것도 아니고... 그냥 쉬운 게임이라고 해야 하려나요.

 

 

  세 명의 플레이어가 네 개씩 칩을 나눠가지고 시작, 자기 차례가 되면 칩 하나를 냅니다. 규칙에 따라 승자가 정해져서 승자는 나온 칩 중 하나를 스코어로 획득, 다른 플레이어들은 핸드로 획득합니다. 이를 반복하여 누군가 핸드가 떨어지면 라운드가 끝나고 이때 손에 남은 칩은 자동으로 스코어가 됩니다. 각자 스코어를 계산해보아 21점이 넘은 사람은 버스트되고, 21점 이하인 사람 중 가장 높은 사람이 라운드 승점을 획득합니다. 전원 버스트일 때만 버스트 중 높은 사람이 승리하고요.

 

  칩은 1~12의 열두 개가 있는데, 이를 다 더하면 78이고, 세 명이 나눠가지면 평균 26점을 획득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론 세 명 중 두 명 버스트에 한 명이 유일한 21 이하로 자동 승리하거나, 세 명 전원 버스트가 되면서 높은 칩을 획득한 사람이 승리하기도 합니다.

 

  굉장히 간단한 규칙인데, 그 규칙을 보조하는 세부 규칙도 훌륭합니다. 1~12의 칩 중 4~9는 붉은 칩이고, 칩을 획득할 때 붉은 칩이 있으면 반드시 붉은 칩을 획득해야 합니다. 따라서 라운드 초중반에는 붉은 색 칩을 나눠가지는 국면이 되고, 이때부터 이미 확정 버스타가 되는 사람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직 스코어를 낮게 유지했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는 게, 10, 11, 12라는 엄청난 숫자가 게임에 남아 있기 때문에 후반 작업을 잘 하지 않으면 삽시간에 버스트 당하기 부지기수고요.

 

 

  라운드 시작 시에는 누가 어느 칩을 가졌는지 알 수 없지만, 애초에 칩 개수가 적고 나 빼고 두 명밖에 없어서 칩의 흐름을 읽고 기억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내 행동에 따른 플레이어의 행동까지 예측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누군가 손쉽게 21 이하를 유지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고, 내가 21 이하로 승리할지 아니면 전원 버스트에서 최고 숫자로 승리할지 잘 고민해야 합니다. 전원 버스트를 노릴 때 너무 큰 숫자를 독차지하면 다른 플레이어가 21 이하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하고요.

 

 

  단점은 가끔 '내 선택이 나를 이기게 해주진 못하지만 다른 두 사람 중 누가 이길지 정할 수 있는', 킹메이킹 상황이 나온다는 건데... 제 경험에서는 킹메이킹 당하는 상황이 불쾌한 적은 없었네요. 애초에 처음 패가 분배된 뒤로는 랜덤 요소가 없다보니, 킹메이킹 당하는 상황이 아닌 확실한 승리를 만드는 방법이 존재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고요.

 

 

  굉장히 적은 구성물과 간단한 규칙으로 훌륭한 재미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말 높이 평가하는 게임입니다. '올해의 간단한 게임상'을 준다면 이 게임이 1위, 「훈트」가 2위일 거에요.

 

 

 

 

 

 

  「인사이드 잡 (Inside Job)」

 

  플레이 횟수 : 기본규칙 3인플 1회

 

 

  트릭테이킹은 좋아하지만 마피아게임은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라 플레이 전에 반신반의했고, 플레이해본 뒤에는 확실히 취향도 아니고 아쉬운 부분도 있어서 구매하지 않기로 결심할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트릭테이킹 게임은 내 핸드를 받는 순간부터 사용 순서 같은 걸 계획하는 재미도 있는데, 매 트릭마다 미션이 돌다보니 계획보단 즉흥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거에서 1차적으로 의아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즉흥적인 상황 판단의 재미가 좋냐 하면... 이 트릭을 누가 이기는 게 좋은지 모호한 상황에서 다른 플레이어와의 요원/범인 심리전이 작용하는데, 이게 라운드가 끝나야 내 선택의 결과를 인지할 수 있다보니 라운드 중간에는 좀 밍밍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저희 멤버가 입터는 스타일의 멤버가 아니라 그럴지도요?)

 

 

  트릭테이킹 본연의 재미보다는 마피아게임에서 발생하는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이 더 중요한 게임인 것 같은데, 저는 멤버들 취향도 마피아게임과는 거리가 있고, 인원수도 매우 적은 3인플이라서 그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던 게 아닐까 싶네요. 저의 주 플레이 인원은 2-4인이고 3인일 때가 많아서 3인플 재미가 미묘했던 게 구매를 포기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트릭테이킹은 이 게임의 재미가 아닌 수단이고, 마피아게임 요소를 이 게임의 본질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 미우바우 (Oh! Meow Bow)」

  플레이 횟수 - 4인플 1회

 

 

  패를 빨리 털면 이기고, 팬에 남은 카드에 따라 감점이 발생하는 패털기 게임입니다.

 

  카드를 내는 규칙은 클라이밍 방식을 따르지만, 단순히 더 강한 패를 내는 게 전부가 아니라 앞 사람이 낸 조합에 내 카드를 붙이는 것도 가능해서, 손에 남은 낱패를 의외의 상황에서 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같은 핸드여도 조합할 카드와 남길 카드를 고민하는 재미, 다른 플레이어의 카드를 예측하고 카운팅하는 재미면에서 다른 카드게임과는 다른 독특한 재미를 갖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 전에 할인해서 판매할 때 역시 구매했어야 하나...싶군요.

 

 

 

 

  「텐 메이크 (Make10)」

 

  플레이 횟수 - 4인플 1회

 

 

  마작류 게임 안 좋아해서 마작 비슷한 규칙인 거 보고 기대를 내려놓았고, 내려놓은 기대보다 더 재미가 없었습니다. 상대방이 뭘 노리는지는 보이지만 내가 그걸 안 내준다고 내가 이기는 건 아니니까요.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조합을 노리기도 쉽지 않네요. 라운드를 지거나 심지어 독박을 써도 분하지 않고, 이겨도 즐겁지 않은 게임이었어요.

Posted by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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