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간단 리뷰'는 제가 최근에 플레이한 보드게임 중 새롭게 배운 게임이나 특별히 코멘트할 게 있는 게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리뷰해보는 게시물입니다. 읽으실 때 플레이 횟수가 적은 상태에서 게시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플레이 횟수가 특히 부족한 게임은 제 플레이 경험 폭을 적어놓았습니다.

 

 

 

 

「붉은 대성당 (The Red Cathedral)」

 

  주사위 + 론델(정해진 순서로 나열된 액션 트랙을 일정 칸 전진하여 액션을 고르는 방식)을 이용하여 자원 수집을 포함한 간단한 액션들을 하고, 이렇게 모은 자원을 성당 건설에 투입하여 승점을 버는 전략 게임입니다.

  「붉은 대성당」의 핵심이 되는 자원수집+배달 시스템은 매우 단순한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이 전략게임 수작이 된 것은 게임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규칙이 아주 중요한 양념으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자원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한 곳에 주사위가 많아지면 그만큼 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내 다음 사람이 큰 이득을 보는 상황을 피하고 싶기도 하죠. 그러나 이 게임은 자원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에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뒷 사람의 창고가 많이 찼다면 그걸 역이용하여 거리낌 없이 액션을 할 수 있고, 이게 플레이어 운신의 폭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게임에서 승점이라 할 수 있는 요소는 십자가와 독수리 두 가지가 있습니다. 독수리가 십자가보다 더 상위이긴 한데, 그 간격이 유동적입니다. 초반에는 십자가를 많이 모아야 1독수리가 모이지만, 나중에는 점점 더 적은 십자가로도 독수리가 모이기 시작합니다. 즉, 게임 초반에는 독수리를 직접 받는 것의 효과가 더 강력해지고, 후반에는 십자가를 받는 효과가 초반보다 당력해집니다. 이 차이를 읽어내고 액션을 계획하는 순간부터 액면가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액션을 분석하게 되는 재미가 생깁니다.

 

  이 게임의 시스템 디자인 마감이 어느 부분이든 매우 뛰어납니다만, 저는 위 두 가지 요소가 이 게임을 뛰어난 게임으로 만든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전략게임 입문작'으로는 「노틀담」을 추천해왔는데, 이제는 「붉은 대성당」을 추천할 것 같습니다.

 

 

 

 

 

「아르낙의 잊혀진 유적 (Lost Ruins of Arnak)」

 

*새의 길만 수회 플레이

 

 

  「아르낙의 잊혀진 유적」은 요 1~2년 동안 나온 게임 중 가장 눈에 띄는 속도로 BGG 순위가 오르고 있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물론 BGG 순위가 모든 게이머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만, 제가 해본 상위권 게임들은 그런 좋은 평가를 받을 이유는 항상 있어왔고, 「아르낙의 잊혀진 유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이건 심지어 제 취향에 맞기까지 하네요.

 

  행동을 하고, 보상을 받는다는 아주 작은 재미들이 한 라운드 안에서도 매우 많이 축적되고, 이 보상을 다시 새로운 행동의 원동력으로 사용하기를 반복하죠. 솔직히 말해서 이 시스템들이 엄청나게 새로운 건 아니지만, 그것을 얼마나 맛깔나게 버무렸느냐의 관점에서 이 게임은 뛰어납니다.

 

  그래서 솔직히 여기에 뭔가 쓸 글은 별로 없습니다만... 이 게임에서 느낀 재미나 추천도는 오늘 게시물에서 가장 높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팬 암 (Pan Am)」

 

*3인플 1회

 

 

  플레이어들은 국제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를 다루어 노선 권리와 비행기를 확보하고 비행기를 노선에 배치하여 돈을 법니다. 이 과정에서 괴물 같은 초대형 항공사인 팬 암에 노선을 팔거나 주식을 구매하면서 최종적으로 (아마도 팬 암의?) 많은 주식을 모으는 게 목적입니다.

 

  게임의 체급은 딱 가족 전략 수준입니다. 물론 경우의 수나 돈 계산을 하지 않고서는 진행이 불가능한 게임이라 엄청 쉬운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벤트나 주사위가 제공하는 무작위의 폭이 상당히 커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액션을 조율하는 전략의 재미까지 맛보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처음 1~2라운드는 매우 재밌어서 '어, 살까?'했다가, 게임이 끝날 즈음에는 '아, 내 구매 취향엔 안 맞는 게임이네.'하고 깨닫고 지갑을 닫은 게임이었네요.

 

 

 

 

 

「아컴 호러 카드 게임 : 엑셀시어 호텔 살인사건 (Arkham Horror the Card Game : Murder at the Excelsior Hotel)」

 

*독립 시나리오 2조사자 1회 클리어

 

  롤랜드 뱅크스 + 조 다이아몬드의 컨셉 조합에 독립 시나리오 모드로 해봤는데 그럭저럭 만족스러웠습니다. 초플이라서 '조금 찝찝하지만 설마 이게 문제가 되겠어...'라고 생각한 게 정확히 문제가 되어서 제가 원하던 결말은 보지 못했지만요ㅎㅎ

 

  게임의 시나리오는 선형적이지만, 후반부가 크게 달라지는 랜덤요소가 10가지가 준비되어 있고, 여기에서 (저를 입구컷 시킨)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변화도 있어서, 다시 플레이할 가치는 매우 높다고 느껴지네요.

 

  난이도는 높지 않습니다. 저는 19경험치 덱으로 플레이했는데 시나리오 난이도에 비해 덱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물론 롤랜드와 조의 고유 약점은 독립 시나리오에서는 아예 무시할 수 있다는 점도 있겠지만요.) 다음에 다시 한다면 9경험치 덱으로 하거나 캠페인 두 번째 시나리오가 끝난 직후 쯤에 플레이할 것 같습니다.

 

 

 

 

 

 

 

 

「아컴 호러 카드 게임 : 끝맺지 못한 의식 (Arkham Horror the Card Game : The Circle Undone)」

 

*캠페인 2조사자 1회 클리어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확장이었습니다.

 

  바로 직전 캠페인인 「잊힌 시대」는 눈 앞의 상대가 빠른 잽을 계속해서 날리는데 그 잽이 아프기까지 해서 힘든 캠페인이었다면, 「끝맺지 못한 의식」은 무거운 뻘밭을 끝없이 걸어가다보니 점점 지쳐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국어판이 나온 앞서 세 개의 캠페인은 '인간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공포와 이해 불가능한 현실'이라는 코즈믹 호러 치고는 그래도 (시스템적으로든 스토리적으로든) 적을 상대하거나 상황을 해소하거나 할 수 있었지만, 이번 캠페인은 (적어도 스토리적으로는) 무력함을 훨씬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무기력함이 싫어서 불호를 말하는 사례도 해외 평가에서 몇 번 봤는데, 저는 이 테이스트가 아주 입맛에 맞아서 좋았네요.

 

  현재 한국어판 캠페인의 제 선호도는 이렇습니다.

 

  카르코사로 가는 길 > 끝맺지 못한 의식 > (특정 시나리오를 제거한) 잊힌 시대 > 던위치의 유산 > (특정 시나리오를 포함한) 잊힌 시대 >= 광신도의 밤(=기본판)

 

 

 

 

 

「윙스팬 : 오세아니아 (Wingspan : Oceania)」

 

  최근 폰으로 가장 많이 하는 게임이 「윙스팬」 앱이고 오프라인에서는 풀확장 윙스팬을 자주 하게 되어서 의도치 않게 많은 비교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고민해본 결과 저는 오세아니아 확장이 유럽 확장보다 더 만족스럽습니다.

 

  오세아니아 확장에서 새롭게 추가된 카드가 가져온 변화도 물론 즐겁습니다만, 당밀의 추가와 개인판의 변화가 더 큰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저는 윙스팬에서 현금성인 자원은 먹이/알/카드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 가지는 게임이 진행되는 도중, 특히 초반에는 많을수록 좋죠. 그런데 기존 개인판 액션은 서식지에 놓인 새 카드 수가 비슷할 때 알 낳기는 할만한데 먹이 얻기나 카드 뽑기는 액션이 약하단 느낌이 강했습니다. 게임 초반을 중심으로 볼 경우 그 원인은 대략 세 가지입니다.

 

- (서식지 0~1장, 자원 지불하여 받는 보너스 제외) 먹이나 카드는 1개만 얻지만, 알은 2개 얻음

- 카드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좋고, 먹이는 2~3개 내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알은 초반에는 1개만 지불해도 충분함

- (기본판에서는) 라운드 종료 보너스가 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음

 

  그래서 초반에 추가 먹이나 추가 카드를 주는 카드가 없다면 쉽지 않은 초반부를 경험하게 되어서 경험의 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세아니아에서 바뀐 액션은 (서식지 1카드, 자원 지불 보너스 제외 기준) 먹이 2개, 카드 2개, 알 2개로 일정합니다. 때문에 굳이 먹이/카드 관련 카드가 아니더라도 숲/물가에 아무 새 카드나 하나 내려놓고나면 해당 액션이 충분히 강력해지죠. 이 덕분에 초반 흐름이 막히는 경우가 크게 줄어들고 보다 다양한 새 카드 활용이 가능해졌습니다. (먹이와 카드 액션은 버프되고 알 낳기는 너프되었다고 볼 수 있어서 후반부에 알 낳기 액션이 다른 액션보다 무조건 좋지만은 않은 플레이도 자주 일어나고요.)

 

 

 

  당밀은 거의 와일드에 가까운 자원으로, 먹이 자원을 요구하는 거의 모든 경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정 자원을 요구하는 새 카드 효과에는 쓸 수 없고 라운드 끝나면 버려지는 정도?

  또, 이렇게 사용한 당밀은 당밀을 사용한 서식지에 쌓아놓게 되고, 게임 끝날 때 각 서식지에서 사용한 당밀이 많은 사람에겐 점수를 줍니다.

 

  이처럼 당밀은 다른 자원보다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만큼, 먹이 얻기 행동이 가지는 위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내가 가져가려던 먹이를 저 사람이 먼저 가져갔어!'라는 상황이 내가 원하는 먹이를 바로 가져오기 힘들다는 약간의 불편함을 줬을 뿐, '이제 쟤가 나보다 유리해!'를 만들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누가 먹이통 재굴림의 기회를 가져가느냐, 그 결과 당밀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먹이 얻기 행동이 언제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게임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쉽게 말해, 그동안에는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이 거의 안 이루어지던 먹이 얻기 행동도, 이제 경쟁의 링 위에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벽게임'이라는 평가가 줄어들게 되는 거죠.

 

 

  저는 기존 「윙스팬」도 좋은 게임이라고 평가하지만, 오세아니아에서 개선된 요소가 매우 마음에 들어서 오세아니아 확장은 매우 중요한 게임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필구 확장? 그 정도는 아닙니다. 「윙스팬」을 처음 하는 사람이 반드시 사야 하는 확장은 아니에요. 기본판으로도 이미 좋은 게임이니까요. 하지만 「윙스팬」이 익숙해졌을 때 분위기를 바꾸고 향상시키기 위해 유럽과 오세아니아 중 하나만 고른다면 오세아니아의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Posted by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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