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긴 글 써내려가기 힘들어서 두서 없이 주관적인 장단점 정도만 짚는 식으로 썼습니다.
보드게임 플레이 횟수
: 기본판 4개 캠페인 모두 클리어
- The Long Hunt 캠페인 4회 (1인 1헌터 2회, 2인플 1회)
- Growing Madness 캠페인 1회 (1인 2헌터)
- Secrets of the Church 캠페인 1회 (1헌터)
- Fall of Old Yharnam 캠페인 1회 (1헌터)
따라서 본문의 모든 내용은 기본판만을 기준으로 하며, 대다수 내용이 1인플을 기준으로 합니다.
원작 비디오게임 플래티넘 트로피까지 딸 만큼 재밌게 즐겨서 원작 비디오 게임과의 비교가 많습니다. (소울 시리즈는 해본 적 없음)
장점
▷적절한 규모의 캠페인
강한 테마, 멋진 피규어, 스토리 요소가 있는 협력 게임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반지의 제왕 : 가운데땅 여정」은 매우 긴 캠페인 길이가 저에겐 큰 단점이었습니다. 다양한 육성 및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은 가능하겠지만, 한 가지 게임을 위해서 같은 멤버가 자주, 오래 만나야 하는 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어요.
「블러드본 보드게임」의 캠페인은 매우 짧습니다. 세 개 챕터로 구성되며 1~2인플 기준 한 챕터가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죠. 중심이 되는 사건이 있긴 해도 그 외의 부분들은 인스턴스 던전의 느낌이 강한 구조라 스토리적인 장점은 「반지의 제왕 : 가운데땅 여정」보단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만, 그만큼 부담도 적어서 저에겐 큰 장점이었습니다.
▷보드게임에서도 건재한 유다희와 극복의 재미
원작 비디오게임은 처음 만나는 적부터 매우 위협적인 강함을 보여주고 비디오게임 중에서도 어려운 게임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캐릭터 조작이 익숙해지고 적의 공격을 파악하는 눈이 생기면서 점점 더 어려운 적을 상대할 수 있게 되는 재미가 살아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호평하는 작품이죠. 극복하는 재미가 살아 있는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드게임 역시 난이도가 즐거운 의미로 높습니다. 보드게임 규칙이 복잡하다는 의미나, 클리어의 문이 매우 좁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한두 번의 실수가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실력이 쌓이면 캠페인 클리어가 어렵지 않다'는 의미에서요.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헌터의 최대체력은 6입니다. 필드에 있는 일반몹들의 공격은 평균 2~4의 피해가 들어가고 특수능력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회복이나 회피 수단 없이 한 번만 맞아도 사망 위기이고 두 번 맞으면 확정 사망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공격속도와 화력을 이용하여 맞기 전에 적을 죽이거나, 경직(stagger)이 붙은 공격을 먼저 함으로써 적의 공격을 무효화하거나, 적 행동 덱에 남은 카드를 고려하여 충분히 감내 가능한 공격만 당하거나, 적의 공격에 맞춰 언제든지 회피가 가능하도록 여유 슬롯 및 카드를 준비해두거나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자신의 캐릭터를 조종하는 실력이 늘어나면서 높은 난이도는 진입 장벽이 아닌 극복하는 재미의 대상이 됩니다.
▷ 기본판만으로도 충분한 볼륨, 1인플과 다인플 모두 훌륭한 게임 디자인
저는 피규어 퀄리티, 아트웍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도 좋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규칙과 컨텐츠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게이머입니다.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건 결국 잘 짜여진 규칙과 잘 준비된 컨텐츠를 통해 제공되는 재미의 개성과 퀄리티라고 보는 편이에요.
비슷한 시기에 킥스타터 펀딩 및 배송이 진행되었고 똑같이 소니 퍼스트 비디오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호라이즌 제로 던 보드게임」은 개성적인 장점도 많지만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매우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세한 부분을 빼고 이야기하다면, 기본판의 컨텐츠 부족, 2인플 기준 협력도 경쟁도 애매한 부분이 존재하는 게임 규칙이 제일 아쉬웠어요. 특히 규칙의 애매함은 원작 비디오게임을 옮겨오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보드게임으로서의 재미와 완성도를 일부 놓쳤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블러드본 보드게임」은 제가 「호라이즌 제로 던 보드게임」에서 느낀 갈증을 확실하게 해결해주었습니다.
기본판만으로도 게임 캠페인이 4개로 단순히 클리어 한 번만 따져도 10시간 이상 분량입니다. 일반적들이 같은 적이어도 행동 패턴이 두 가지씩 존재하고, 몇몇 캠페인은 이러한 일반 적의 구성을 자유롭게 바꿀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캐릭터별 개성이 더해져서 일반 적이라고 해도 전혀 다른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도 생기고요. 기본판만 따졌을 때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1인플이 구색 맞추기 수준인 게임도 많지만, 「블러드본 보드게임」은 1인플의 플레이 흐름도 자연스럽고 재미가 뛰어납니다. 각 챕터의 맵이 아주 넓진 않기에 한 명이서도 충분히 맵 탐색 및 챕터 진행이 가능하고, 오히려 1인플일 때 주어진 라운드 수가 더 많기도 합니다. 2인플일 때는 특유의 어그로 시스템을 이용하여 헌터 한 명에게 공격이 몰리는 걸 방지하는 등, 1인플로는 느낄 수 없는 협력의 재미도 피부로 느낄 수 있고요. 「호라이즌 제로 던」이 기본 규칙인 경쟁 규칙이 충분히 공정하고 긴장감 있는 경쟁을 제공하지 못하고, 변형 규칙인 협력 규칙의 경우 경쟁 규칙에 맞춰서 디자인된 카드가 너무 많다는 문제점 때문에 한계가 있었기에, 「블러드본 보드게임」의 협력플은 협력 게임의 기본기를 잘 지킨 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만 일반 적이나 보스 중 한 칸에 있는 모든 헌터를 공격하는 패턴이 다수 있어서 다인플은 1인플보단 신경써야 할 게 많습니다. 3인플 이상일 경우 이러한 공격 패턴 때문에 1~2인플보다 난이도가 높아지리라 생각하고요. 3~4인플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저는 이 게임의 최적 인원이 1~2인이리라 예상합니다.)
▷ 원작 팬이 재미를 느낄 요소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비디오게임 원작 보드게임은 원작 재현과 완성도 추구의 균형잡기가 큰 과제입니다. 비디오게임 중 다수는 실시간 게임이지만 보드게임 중 다수는 턴제 게임이라는 차이도 있고요. 저는 이 부분에서도 「블러드본 보드게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무기의 공격 슬롯마다 속도와 피해량이 다르고, 여기에 플레이어가 가진 카드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활용을 통해서 스태미너를 관리하고 적의 반응에 집중하는 느낌이 잘 살아 있습니다. 정해진 단계를 따라가는 보드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액션 게임 같은 '컨트롤의 재미'가 있어요.
원작 비디오게임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초반에 만나게 되는 야수의 무서움을 기억하실 겁니다. 계단 위에 올라가니 거대한 검은 야수 두 마리가 짜잔~하고 나타나고, 무서워서 열심히 도망쳤더니 다른 적들보다 훨씬 먼 거리까지 쫓아오죠. 이는 보드게임에서도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Scourge Beast는 플레이어를 쫓아올 때 다른 적의 두 배의 속도로 움직이고, 확률적으로 추가 동료를 소환하는 어빌리티를 가지고 있죠.
이처럼 원작 보드게임이 가진 수많은 개성적인 시스템 - 변형 무기,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의 위험성, 필드의 적의 부활, 안개 벽, 다양한 사냥도구의 활용, 비디오게임에서 적들이 보여준 주요 패턴 등 - 가 보드게임의 시스템에 맞춘 형태로 훌륭하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스토리적인 부분에서 원작의 주요 이벤트도 대다수 등장하고요. (보드게임의 볼륨을 위하여 원작에는 없던 이벤트도 많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단점
▷ 빈틈이 많은 규칙, 규칙서, 진행 불가 오류
완벽한 게임 규칙/규칙서라는 건 꿈만 같은 이야기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블러드본 보드게임」은 유독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조건이 만족되었을 때 '원하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의 설명을 automatically라고 해놓고 규칙서에 '원할 경우 사용'이란 말을 안 해주어서 헷갈리게 한다거나, insight 토큰이 존재하는 게임에서 '완료한 퀘스트'를 insight라 부르지만 이걸 규칙서에 언급을 안 해주었기에 규칙서만으로 게임 진행이 안 된다거나, 캠페인 진행 과정에서 특정 장소가 반드시 필요한데 게임 준비할 때 그 타일을 따로 빼두란 말을 안 해두어서 문제가 생긴다거나... 이것 말고도 문제점이 많아서 인터넷의 도움 없이는 규칙 파악이나 게임 진행이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CMON이라는 대형 퍼블리셔에서 발매 전 검수조차 안 한 건가 싶을 정도에요.
플레이별 개인 보드, 캐릭터 보드, 공용 보드가 얇은 종이입니다. 카드랑 같은 두께인 것 같아요. 맵 타일은 두꺼운 보드인데 나머지는 왜 이런 수준인 건지 의문. 맵 타일도 마감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타일 덱 셔플 시 빠르게 훼손이 일어나고 뒷면 색감이 다른 게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타일 덱 셔플은 안 하고 주사위를 사용해서 뽑고 있네요.
기본 제공되는 플라스틱 인서트 트레이의 카드 슬롯이 카드 사이즈에 딱 맞아서 카드에 슬리브를 씌우면 카드가 안 들어갑니다. (CMON이 내는 게임들의 고질적인 문제이죠.) 슬리브를 꼭 하는 입장에선 트레이가 없는 것만 못한 경우라 인서트 플라스틱 트레이는 버렸습니다.
'이것저것 간단 리뷰'는 제가 최근에 플레이한 보드게임 중 새롭게 배운 게임이나 특별히 코멘트할 게 있는 게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리뷰해보는 게시물입니다. 읽으실 때 플레이 횟수가 적은 상태에서 게시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플레이 횟수가 특히 부족한 게임은 제 플레이 경험 폭을 적어놓았습니다.
「에코 링크 (Eco-Links)」
플레이 경험 : 3~4인플 수회
「에코 링크」는 순발력 퍼즐 게임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공개된 여섯 개의 숫자 타일에 해당하는 장소에 자신의 동물 말을 올려놓습니다. 역시 각자 가진 길 타일들을 규칙에 어긋나지 않게(=길이 끊기지 않고 빈 칸이 없이 서로 연결되게) 배치하여 먼저 동물 말을 모두 연결한 사람부터 앞서 공개된 숫자 타일 중 높은 숫자를 가져와 점수로 합니다. (꽤 오래 전 게임인 「터보 택시」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공간지각력을 요구하는 퍼즐이며 사용할 수 있는 타일의 제약도 있기 때문에 성인이라 하여 완성이 쉽지는 않습니다. 적당히 어려움이 있는 만큼 실시간 공간지각 퍼즐 장르(「우봉고」 시리즈 등)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역시 즐겁게 하실 수 있습니다.
숫자 타일을 점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숫자 타일이 쏠리면 '지난 게임 1등보다 더 많은 점수를 가져가는 이번 게임 2등'이 생긴다거나, 1, 2, 3라운드에 1~18의 숫자 타일을 모두 사용한 후 다시 섞어서 진행하는 4라운드에 낮은 숫자가 몰려 나와서 동물 말이 한쪽으로 쏠리는 문제는 매우 아쉽습니다. 「우봉고 3D」의 점수 시스템이 실력에 대한 보상 및 약간의 랜덤성이 주는 재미 모두를 잘 잡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네요.
「우봉고 익스트림」은 모든 퍼즐을 다 풀어서 방출했고 「우봉고 3D」는 박스 부피가 부담이었는데 「에코 링크」는 박스가 아담하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
「피코코」 4인플
「피코코 (Pikoko)」
플레이 경험 : 4인플 1회
자기가 가진 카드를 보지 못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의 카드는 볼 수 있는 상태에서 각 플레이어의 승리 횟수를 예측하여 예측의 적중 정도에 따라 승점을 얻는 트릭테이킹 게임입니다. 다만, 내가 내 카드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내 카드를 플레이해주는 건 내 오른쪽 플레이어인지라정확히는 '내 오른쪽 사람의 패만 모르는 상태로 진행하는 트릭테이킹'이라 생각하는 게 더 낫습니다. 이게 컴퓨터 프로그램이면 괜찮았겠지만, 현실에서 직접 하려고 하니 인터페이스적인 불편함이 크네요.
자신의 승리 횟수를 자기만 예측하므로 예측에 맞게 플레이하여 점수를 얻는 게 거의 무조건 좋은 「위저드」나 「스컬킹」과 달리, 모든 플레이어가 모든 플레이어의 승수를 예측하기 때문에 내 예측이 틀리더라도 다른 플레이어가 더 큰 감점을 얻도록 하는 게 나은 상황도 간혹 발생합니다. 특히 이는 점수를 더 벌거나 오히려 감점을 얻는, 추가 베팅이라 할 수 있는 확신 카드 때문에 중요한 전략이 되기도 하고요.
카드 중 여러 색을 가진 카드도 있어서 리드 수트에 따른 진행에 변칙을 주기도 하지만, 이 부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거의 없는 편.
「하나비」 같이 정보의 역전을 통해 다른 트릭테이킹에선 느낄 수 없는 재미를 주기를 기대했습니다만, 카드를 보지 못한다는 부분에서 생기는 재미보다는 점수 예측에 따른 정치적 역학 관계가 더 큰 재미로 작용한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그마저도 불편한 인터페이스나 가파른 러닝 커브를 견딜 만큼 크지 않았고요. 한 판 더 해볼까 하다가, 흥미를 보이는 지인분이 계셔서 바로 방출했습니다.
사진 출처 : 보드게임긱(5060749)
「마블 챔피언스 : 카드게임 (Marvel Champions : The Card Game)」
플레이 경험 : 1인플(1덱) 5회(라이노 1회, 클로 4회)
플레이어(들)는 히어로가 되어 빌런의 나쁜 계획이 달성되는 걸 저지해야 합니다. 여러 악당 캐릭터와 싸우거나 빌런의 계획에 휘말려 활동에 제약이 걸리기도 하지만, 마침내 빌런을 물리치면 승리.
빌런마다 컨셉에 맞춰서 전용 조우 카드가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격투 게임의 캐릭터 컨셉에 가깝지 스토리적 요소라 보긴 어렵습니다. 히어로 영화에서 히어로가 악당과 싸우는 액션 장면과 악당의 계획을 멋지게 막는 장면 두 가지만 모아둔 영상을 보며 짧고 굵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에 가깝죠. FFG의 다른 협력 카드게임인 「아컴 호러 : 카드게임」이 플레이어의 선택을 포함하여 진행되는 스토리가 주는 재미가 상다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반지의 제왕 : 카드게임」과는 비슷한 것 같은데, 플레이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네요.)
저는 1덱 1인플만 해본지라 빌런의 어그로가 유일한 히어로에 집중되어 운신의 폭이 좁고 협력의 묘를 느껴보진 못했습니다. 이 부분은 「아컴 호러 : 카드게임」 1덱 1인플도 마찬가지인 만큼, 2덱 1인플이나 2인플 시에는 매우 다른 경험을 제공하리라 생각합니다.
아직까진 클리어하지 못한 빌런이나 플레이해본 적 없는 히어로가 새로워서 할만합니다만, 앞으로의 모든 확장을 즐길 만큼 깊이 있게 빠져들지는 확신이 안 서네요. 저는 MCU 영화가 개봉하면 챙겨 보는 정도일 뿐, 코믹스 쪽은 전혀 모른다는 것도 있고요. 당분간은 확장을 좀 구입하겠지만, 모르는 캐릭터로 플레이했을 때 제가 느끼는 흥미도나 앞으로 나올 확장이 제공하는 덱 편집의 자유를 피부로 느껴봐야 확신이 설 것 같습니다.
p.s.
아직 저는 같은 빌런을 상대로 재도전을 해보진 않았습니다만, 같은 빌런이어도 하드 모드 선택 시 빌런에게 특수능력이 생기고, 원한다면 추가로 빌런 덱에 들어가는 조우 카드를 변경할 수 있어서 같은 빌런을 상대로도재도전의 재미는 충분히 높다고 느끼네요.
「디 크루 (Die Crew)」 - 4인플
「디 크루 (Die Crew : Reist gemeinsam zum 9. Planeten)」
플레이 경험 : 3, 4인플 수회, 5인플 1회
올해 에센 페어플레이 차트에서 1등을 차지한 협력 트릭테이킹 게임입니다. 페어플레이 1등이 협력이어도 놀랍고 트릭테이킹이어도 놀라운데 그 두 단어를 모두 사용하는 게임이 1등이라고 해서 많이 놀랐습니다. 그리고 플레이해보니, 동의할 수밖에 없더군요.
트릭테이킹은 아주 간단한 행동을 통해 상당히 많은 정보가 오가고 그 정보가 게임 플레이에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제가 트릭테이킹을 종하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디 크루」는 이러한 정보의 흐름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을 통해 협력 게임의 재미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플레이어가 특정 상황에서 어떤 카드를 내는지를 통해 이번 임무에 등장한 목표 카드가 누구 손에 있는지 예측할 수 있죠.
게다가 「디 크루」는 트릭테이킹의 뼈대 규칙을 거의 건드리지 않은 덕분에 정보가 쓸데없이 복잡해지는 일도 없습니다. 최근 트릭테이킹 신작이 너무 많은 변화를 추구하다가 본질적인 재미를 놓치곤 한다는 걸 생각하면 이건 아주 큰 미덕이에요. (예를 들어 이 글에서 같이 다룬 「피코코」라거나...) 「디 크루」는 트릭테이킹에 변화를 주기보단 미션에 다양성을 부여했기 때문에 초심자가 쉬운 미션부터 차근차근 플레이한다면 배우기도 아주 쉬워요.
「디 크루」는 50가지 다양한 미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파랑 2가 포함된 트릭을 가져가라' 같은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여, 목표 카드를 달성하는 순서를 제시하거나, 힌트에 제약을 두거나, 가장 높은 숫자인 9로는 트릭을 따면 안 된거나 하는 등, 다양한 제약 조건을 포함하여 점점 어려워지죠. 하루만에 모두 클리어하기엔 너무 많은 양이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과 팀을 이뤄 꾸준히 진행한다면 엄청난 달성감을 느낄 것입니다. 저는 가장 많이 진행한 팀이 미션20 정도이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미션을 성공할 때마다 정말 기뻤는데, 만약 50번째 미션을 달성한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안 가네요.
트릭 테이킹을 좋아하시나요? 꼭 사세요. 트릭테이킹을 좋아하는 멤버를 모을 수 있다면 이만큼 재밌는 트릭테이킹은 당분간 찾기 힘드시리라 생각합니다. 트릭테이킹 장르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이 장르를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게임입니다. 트릭테이킹이 싫은 분들께는 그냥 평범한 협력 게임 정도로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싫어하는 분들께 강요할 순 없으니....
올해는 저에게 좋은 인상을 준 게임이 참 많았습니다. 올해 하반기, 아니, 올해 전체 탑을 뽑는다면 저는 다른 게임들보다 한 차원 높은 재미를 저에게 선사한 「버라지」와 「디 크루」를 주저없이 고르겠습니다.
추천 인원은 3인 또는 4인. 인원이 한 명만 늘어나도 게임의 감각이 많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5인은.... 굉장한 신뢰와 팀웍이 필요할 것입니다....
「블랙아웃 홍콩」은 캠페인 형식의 1인플을 제공합니다. 다섯 챕터로 이루어진 캠페인은 스토리 요소나 챕터에서 챕터로 인계되는 요소가 있는 건 아니고 특별한 제약 및 목표가 설정된 다섯 가지 상황을 제시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다인플에서도 캠페인 모드를 진행할 수 있고요.
1인플 게임은 다음과 같은 사항이 변경됩니다. 단, 아래 문단에는 캠페인 모드의 특성과1인플일 때 추가로 달라지는 상황이 섞여 있으니 정확한 규칙은 게임 규칙서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게임 중 '5단계 - 새로운 목표 단계' 때, 플레이어가 새로운 목표를 한 장도 구입하지 않을 경우, 가장 윗 줄 가장 오른쪽의 카드가 게임에서 제거됩니다.
▶︎ 게임 시작 시 준비하는 예비 목표 카드 더미의 카드 수가 챕터마다 다릅니다. 따라서 챕터마다 게임의 길이가 차이가 납니다.
▶︎ 긴급 계획 카드가 챕터에 따라 미리 지정됩니다.
▶︎긴급 계획 카드를 완성하여도 완성 보너스를 받지 않습니다.
▶︎ 챕터 종료 시, 챕터에서 지정하는 만큼의 긴급 계획 카드 세부 목표를 달성하고, 챕터 승리 조건을 만족해야 해당 챕터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 게임 종료 시 승점 계산 후 캠페인 점수 1~3점을 얻습니다. 챕터마다 점수 기준은 다릅니다. 1인플 시에는 캠페인 점수를 2점 이상 얻지 못하면 해당 챕터를 실패로 간주합니다.
▶︎ 챕터 실패 후 재도전 시, 시작할 때 가진 홍콩 달러가 직전 시도보다 2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 세 번 실패 후 네 번째 도전하는 챕터는 기본 4에 추가 6으로 10 홍콩 달러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 1~5 챕터를 모두 완료하면 캠페인 점수 합계에 따라 평가가 생깁니다. 15점 이상이면 최고 등급이고 12점 이상, 10점 이상, 5점 이상 순으로 등급이 내려갑니다. (재도전 횟수는 캠페인 점수에 영향이 없는데, 재도전 1회마다 캠페인 점수 1점 또는 0.5점을 감점하면 어떨까 합니다.)
「블랙아웃 홍콩」의 카드 사용 및 회수 시스템 자체가 퍼즐스러운 면모가 있기에 1인플도 굉장히 재밌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저는 「테라포밍 마스」 1인플보다 더 재밌게 했네요.
목표 카드를 다른 플레이어와의 경쟁 없이 구입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정리 단계 때 세 장, 구입을 안 하면 그 전에 먼저 한 장 빠지는 카드 때문에 마냥 여유롭지는 못한 편입니다. 플레이어의 카드 구입 여부에 상관 없이 매 라운드 적어도 네 장의 목표 카드가 공급처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이 속도를 잘 조절해서 필요한 카드를 싸게 구입하는 게 중요하더군요.
긴급 계획 카드 세부 목표를 두 개만 요구하는 챕터에서는 어느 세부 목표를 목표로 할지 잘 생각해야 합니다. 카드 조합 목표는 어려울 게 없지만 순찰 토큰은 조합 운이 나쁘면 보지도 못하거나 보더라도 지역 안정이랑 엮여서 골치아픈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위기관리 센터 연결은 꾸준히 진행하면 확실히 성공이 가능하지만 경로를 따라서 지역 안정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시작 목표 카드에 영향도 있습니다.
다른 플레이어가 구역을 안정시킬 때 같이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건 괜찮습니다만, 다른 플레이어가 열어둔 순찰 타일을 보고 들어갈 수 없다는 요소가 생각보다 치명적입니다. 특히 긴급 계획 때문에라도 정보가 많이 필요한지라 초반 순찰은 매 라운드마다 다른 구역을 열어보고, 중후반부터는 어려운 도전으로 혜택을 키우는 쪽으로 주로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다른 사람과 플레이할 때는 어렴풋이만 알고 시도는 잘 못해봤던 어려운 도전 순찰의 위력 및 GPS 토큰의 고마움을 크게 느꼈습니다. 특히 지도자나 순찰대원 등 수색 아이콘이 여러 개인 카드가 순찰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배운 게 큰 수확입니다.
다른 플레이어와의 싸움이 아닌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트럭을 써서라도 과감한 진행이 필요한 순간도 많았습니다. 큐브 놓는 건 충분히 계획을 세운 후 목표 카드를 가져오기 때문에 크게 급한 경우가 많이 없지만, 자원 주사위는 아무래도 운이 작용하는 부분이 있는지라, 점수를 깎아서라도 트럭 토큰을 사용하거나, 기름을 트럭 토큰으로 바꿔주는 체크 능력을 사용하기도 했네요.
목표 카드 중 승점 생산 위주의 목표 카드는 아무래도 손이 잘 안 갔습니다만, 나중에 더 높은 캠페인 점수에 도전할 때는 점수 카드의 사용도 고려해봐야겠어요.
다음은 챕터별 변경사항 및 챕터별 소감입니다. 챕터 이해를 위해 지도를 첨부합니다.
▶︎챕터 1.
- 예비 카드 33장
- 긴급 계획 A, 세부 목표를 모두 달성할 것
- 캠페인 점수 : 75~89 / 90 ~
1인플이 어떤 느낌인지 배울 수 있는 챕터입니다. 다인플 땐 못했던 자유로운 플레이를 느낄 수 있고 1인플의 감각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가운데 일곱 개짜리 구역을 구역 안정에 성공하는 등, 1트만에 안정적으로 캠페인 점수 3점을 얻으며 성공.
▶︎ 챕터 2
- 예비 카드 48장
- 긴급 계획 B, 세부 목표 2개 이상
- 캠페인 점수 : 50~64 / 65~
예비 카드 수를 보면 아시겠지만 매우 짧은 시간만이 주어지는 챕터입니다. 챕터 1과 비교하면 4라운드 정도. 따라서 큰 구역을 안정시켜 점수를 얻는 건 어렵고, 대신 요구 점수가 낮은 걸 이용하여 작은 구역 두 개를 안정시킨 후 최대한 점수를 긁어 모으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아무래도 라운드 수가 부족해서 긴급 계획의 순찰 목표나 지역 연결 목표 모두 쉽지 않고, 카드가 강력해질 시간도 부족한 게 어려웠네요. 1트에서는 3점 부족으로 실패, 2트에 캠페인 점수 2점으로 성공.
▶︎ 챕터 3
- 예비 카드 33장
- 긴급 계획 B, 세부 목표 2개 이상
- 게임 종료 시 게임판 중앙의 일곱 칸 구역 주변에 적어도 네 개 이상의 큐브가 놓여야 함
- 캠페인 점수 : 85~104 / 105~
위쪽 작은 구역을 먼저 구역 안정을 시킨후 게임 승리에 필요한 큰 구역을 구역 안정하는 걸 목표로 진행하니 어렵지 않게 클리어할 수 있었습니다. 1트에 캠페인 점수 2점으로 성공.
▶︎ 챕터 4
- 예비 카드 39장
- 긴급 계획 C, 세부 목표 2개 이상
- 게임 종료 시 빨간색 구역에 놓인 큐브가 4개 이상이어야 함
- 캠페인 점수 : 80~94, 95~
너무 어려워서 욕 하면서 플레이한 챕터입니다. 네 번 실패 후 다섯 번째에 성공했네요.
긴급 계획 C가 요구하는 C-C 연결은 위 사진에서 녹색 체크 표시를 해둔 두 곳을 잇는 건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빨간 구역에 큐브를 놓을 기회가 하나도 없습니다. 따라서 C-C연결을 하면서 빨간 구역에 큐브를 네 번 놓으려면 아래에 세모로 표시한 구역 세 개와 중앙에 붉은 색 체크를 해둔 칸에 놓아야 하는데, 그러면 구역 안정을 시킬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C-C 연결은 표기하고 북쪽에 동그라미로 표시해둔 네 개 구역을 연결하면서 구역 안정과 함께 순찰을 열심히 했는데, 순찰이 잘 안 풀리면 구역 안 정 때문에 볼 수 있는 타일 수가 줄어들어서 역시 쉽지 않더군요.
캠페인 점수 3으로 클리어하긴 했는데, 5트 성공이라 아쉬움이 많습니다.
▶︎ 챕터 5
- 예비 카드 27장
- 긴급 계획 D, 세부 목표 2개 이상
- 개인판의 전력 복구 세부 목표(4번 슬롯 사용 가능 / 6장 이하 카드 회수 가능)를 모두 달성할 것
- 캠페인 점수 125~144 / 145~
특별한 제약 없이 점수만 잘 내면 되는, 게임 길이도 가장 긴 게임입니다. 이것저것 다 할 수 있으니 효율적으로 잘 플레이하기만 하면 되므로 가장 즐겁게 했습니다. 근데 124점이라 1트 실패.... 오늘 밤에 2트 도전해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