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E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FAQ(2024년 11월 버전)을 ChatGPT로 초벌번역한 뒤 한국어 정식 용어 및 카드 이름 등을 고려하여 다듬은 것입니다. 한국어판 정식 용어 및 표현을 최대한 반영했으나, 정확하지 않은 용어 사용이 일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FAQ는 영어판 초판에서 부족한 설명을 벌충하는 용도이기도 하므로, FAQ가 공개된 이후 발매된 한국어판 및 영어판에는 이미 반영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규칙서에 이미 충분히 설명된 내용이지만 궁금증 해결을 위해 한 번 더 자세히 설명한 정도이거나, 이미 한국어판에는 반영된 내용도 많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신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견습 신으로, 이제 자신의 부족민들의 문명을 발전시키며 다른 신들과 점수 경쟁을 해야 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군요.)
제가 이 게임을 가장 짧게 정의하자면 저는 '3x 게임'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문명류 게임에서 자주 같이 따라오는 단어인 4x는 eXploration(탐험), eXpansion(확장), eXploitation(개발), eXtermination(섬멸)을 의미하는데(출처 : 나무위키), 「시볼루션」의 경우에서는 섬멸에 해당하는 전투적인 요소가 사실상 없어서요. 저는 문명 테마의 게임을 하더라도 거기에 나오는 전투/충돌에 관한 요소는 좀 별로인 경우가 많은지라, 발전과 내정에 집중하는 「시볼루션」은 시작부터 큰 호감이었습니다.
작가가 '스테판 펠트'라는 점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이 게임은 대규모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거나 보드게임 「문명」처럼 테마적인 면이 강하진 않고, 3x 요소에 포인트 샐러드 요소를 섞은 유로 게임의 향취가 물씬 풍깁니다.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 방식을 굳~이 작가의 기존작 중 하나와 비교한다면 「버건디의 성」과 유사한 부분'도' 있습니다. 주사위를 굴리고, 주사위 눈금에 영향을 받는 액션을 하고, 주사위를 조정할 수 있는 장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굳~이 비슷한 점을 고른 거라서, 플레이 감각은 비슷한 부분보단 다른 부분이 더 많으며 「버건디의 성」의 플레이 경험이 도움을 주는 부분도 많지 않았습니다.
게임은 총 4라운드를 진행하며, 한 라운드는 8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라운드 중 1~3단계는 라운드 준비 단계, 4단계가 플레이어 행동 단계, 5~8 단계가 각종 이벤트/득점/수익 발생 및 다음 라운드를 위한 정리 단계의 느낌이라서 게임의 대부분의 시간은 4단계에서 보내게 됩니다.
4단계에는 플레이어들이 (마치 '아그리콜라'처럼) 여러 번의 차례를 가지게 되고, 자기 차례가 되면 다음 둘 중 하나를 하게 됩니다.
A) 아직 사용하지 않은 주사위를 2개 선택하여 행동 하나 하기
B) (미사용 주사위가 0~3개라면) 사용한 주사위를 재굴림하여 사용하지 않은 주사위를 보충하기
위와 같이 플레이어가 사용한 주사위를 다시 굴리는 건 자동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재굴림은 자기 차례에 행동을 하는 대신에 하는 선택지에요. 게다가 게임 중 각자의 주사위 개수가 달라지기도 하고, 아직 사용하지 않은 주사위가 약간 남았더라도 재굴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어들이 주사위를 재굴림하는 타이밍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이 게임의 진행 구조에 있어서 '버건디의 성'과 가장 크게 다른 점입니다.
행동 단계는 이번 라운드에 플레이어들이 재굴림을 한 횟수의 합계가 플레이어 수가 일정량 이상이 될 때까지 진행합니다. 그래도 행동 단계 종료 조건이 달성된다고 곧바로 행동 단계가 끝나는 게 아니라 추가로 한 바퀴 더 돌고 마지막 플레이어까지 차례를 보장해줍니다.
처음에 규칙서를 읽을 때는 어차피 주사위를 다 써야 재굴림을 할 텐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했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플레이어마다 (적은 양이지만) 추가 주사위를 얻은 플레이어가 있어서 주사위의 개수가 다를 수 있고, 또 아직 사용하지 않은 주사위가 0~3개일 때 재굴림을 하는 게 가능하기에, 재굴림 타이밍의 경우 1라운드 정도를 제외하면 각자 차이가 있더군요. 게다가 재굴림이 행동 단계의 종료 시점에 연관되니 다른 플레이어의 재굴림을 예측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고요.
마지막 플레이어까지 한 뒤에 행동 단계가 종료되고, 플레이어가 주사위를 다른 사람보다 많이 늘리기 어려운 편이라서, 지나치게 비효율적으로 자꾸 재굴림을 자꾸 하는 게 아닌 이상에는 플레이어들이 한 라운드에 할 수 있는 행동 횟수에 불균형이 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게임 전체로 봐도 차이가 크지 않고요. 즉, 플레이어들이 하는 행동의 수는 사실상 비슷하니, 한 행의 밀도를 높이고 다양한 행동이 잘 연계되게 하는 것이 연계를 촘촘히 하는 게 더 중요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건 '버건디의 성'과 비슷한 점이기도 하네요.)
플레이어가 행동을 할 때, 미사용 주사위 중 2개를 선택하여 한 번에 사용합니다. 행동은 주사위 2개의 눈금 조합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고요. 따라서 주사위 눈금 조합에 따른 6H2 = 21가지, 여기에 조합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종의 최저치 보장 액션까지 22가지의 행동이 존재합니다. (실제로는 조합 중 여섯 가지는 사실상 같은 액션이라서, 실제로 배워야 하는 액션은 약 17종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행동들을 통해 자신의 부족원을 늘리거나, 부족원을 다른 땅으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아직 개척되지 않은 땅에서 지금까지 어떤 문명도 발견한 적 없는 새로운 자원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대륙 곳곳으로 퍼진 자신의 부족원을 통해 자원을 생산하고 수확하거나, 독특한 효과를 가진 특별한 장소를 발견하거나, 건물을 짓거나, 사냥을 통해 식량을 비축하기도 합니다.
부족원을 통해 비축한 자원을 팔아서 다른 자원을 사오거나, 다양한 발명과 발견을 표현하는 카드를 내려놓는 비용을 지불하고, 카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보너스, 점수, 효과, 수익 증가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각종 유티리티 행동도 준비되어 있어서, 주사위 조정에 필요한 자원, 와일드 주사위 같은 자원, 목표 타일 달성 등도 가능하고요.
플레이어가 받을 수 있는 보너스 중에서는 액션의 레벨을 높이는 것도 있습니다. 15가지 행동은 처음엔 1레벨로 기본적인 행동만 제공하지만, 게임 중 최대 3레벨까지 올릴 수 있어요. 3레벨이 되면 1레벨과 비교해서 2배 이상의 효율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테라포밍 마스'처럼 엄청난 수는 아닐지라도) 적지 않은 수의 카드도 게임에 존재해서, 어떤 카드를 얻고 어떤 것을 언제 내려놓을지 고민하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저는 자원수급과 카드획득 쪽 투자를 거의 못해서 카드는 얼마 못 내려놓았습니다... ㅠㅠ)
액션이 종류가 많아서 모든 액션의 레벨을 높일 순 없기에, 내가 어떤 액션을 강화하고 어떤 카드를 내려놓을지 고민하여 내 문명을 다른 플레이어의 문명과 차별화시키는 재미가 상당하였습니다.
룰의 양은 상당히 많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그 양의 상당수는 위에서 언급한 17종의 행동이 차지합니다. (이 행동들의 설명이 규칙서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각각의 행동의 규칙이 너무 복잡한 건 아닙니다. 그리고 게임에 동봉되는 요약표에도 각 행동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요. 그래서 정식 한국어판이 나온다면 (전략 게임 경험이 많은 분들에게는) 엄청나게 어려운 게임까지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각 행동이 한국어로 번역되면 직관적으로 어떤 역할인지 잘 다가올 거고, 요약표를 보는 데 들어가는 시간도 단축될 테니까요.
행동/상황별로 익혀야 하는 잔룰의 양이나, 여러 룰이 복잡하게 얽히는 상황도 제 기준에서는 (룰의 총량에 비하여) 거의 없었습니다. 잔룰이 있더라도 그 방향성은 일관되어서 게임을 한 판만 해보면 익숙해질 수 있단 느낌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오딘을 위하여’를 익힐 수 있는 플레이어라면 이 게임도 충분히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룰마는 아니었지만 규칙서를 미리 읽어보고 룰마를 살짝 보조하면서 게임을 했는데, 제 기준에서는 「시볼루션」의 규칙서는 상당히 잘 써진 편입니다. 예시가 충분히 많고 설명도 명확하며, 규칙서 외에도 위에서 언급한 요약표 및 용어집도 잘 구성되어 있어요. 단지.. 페이지 자체가 많을 뿐....
플레이 타임의 경우, 저는 전원 초회플이고 저와 룰마 두 명이 규칙서를 읽어본 반글화 버전으로 하여 세팅+설명+플레이가 5시간 20분 정도 걸렸습니다. 세팅+설명은 설명을 매~우 자세히 진행하여 1시간 정도 걸렸고, 플레이는 한 라운드에 약 한 시간 정도 걸렸네요.
행동이 17종이라는 데서, 그리고 자신의 주사위들 중 2개를 조합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예상하셨겠지만, 선택지가 많은 게임에서 뭘 고를지 장고하는 타입의 플레이어가 있으면 플레이타임이 많이 늘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주사위 재굴림을 하기 전까지는 주사위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차례다 1~2번 있기 때문에, 재굴림 후 결과를 보고 자신의 주사위를 두 개씩 분할하여 2~3 차례를 미리 계획해야 할 때도 있고요.
다행히, 플레이어들이 자기 행동을 미리 고민해놓는 습관이 되어 있다면 (3, 4인플일지라도) 다운타임을 꽤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행동 종류가 많다보니 앞 차례 플레이어의 행동에 상관 없이 하면 되는 행동도 꽤 많아서요.
숙련되면서도 플레이 타임을 줄일 수 있는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초회플일 땐 다양한 행동을 익힐 시간도 필요하고, 행동들을 어떻게 연계할지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발매되면 구매 후 더 자세히 알아보는 걸로....
저는 문명 테마나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을 그럭저럭 좋아하지만, 전투 관련 요소는 즐겁지 않거나 피곤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 글 서두에 4x 이야기를 해놓고도 제대로 비유하거나 설명하긴 했을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볼루션」은 문명 테마에서 전투 요소를 제외하고,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제가 좋아할만한 유로 게임의 맛을 살려놓은 느낌이라서, 첫 플임에도 너무나 마음에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제가 2025년에 새롭게 배운 게임의 수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만, 「시볼루션」은 그중 가장 재밌게 즐겼고, 보드피아에서 한국어판이 나오면 반드시 구입하리라고 마음먹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잡담
재밌게도 규칙서에 테이블 크기에 관한 조언이 있습니다. 4인플에는 최소한 130cm x 90 cm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저는 4인플을 210cm x 90cm에서 진행했는데 각자 음료를 하나씩 올려놓고도 공간이 매우 넉넉했습니다.
개인판은 듀얼 레이어로 되어 있고, 가로로 길쭉해서 반절 접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근데 오른쪽 절반이 행동에 관련된 공간입니다. 이 듀얼 레이어 칸들에는 행동 타일들이 놓이고 레벨을 올리면 뒤집거나 제거하여 인쇄된 3레벨을 보이게 하게 되고요. 게임을 보관할 때는 이곳에 1레벨 행동 타일을 보관할 수 있긴 한데, 게임 준비 중 잘못된 방향으로 보드를 펼치면 우수수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게임 상자에 트레이는 없는 대신 뚜껑을 포함한 종이상자가 정리용으로 들어 있습니다. 고급 오거나이저 수준은 아니지만 제 기준에서는 게임 정리에 큰 도움이 되는 편리한 구성품이었습니다. 종이 상자 중에는 카드 상자도 있고 디바이더와 함께 카드를 담을 수 있긴 한데, 슬리브 두께를 얼마까지 지원하는진 모르겠어요. (심지어 제가 본 건 한글화 카드를 끼워서 너무 두꺼워진 상태라...)
게임 박스는 넓이는 평범한 정사각형인데 두께가 좀 있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타일 펀칭 보드를 버리고 나면 보관하려는 게 아니라면 박스 공간은 충분해 보였습니다.
p.s.
제가 올해(어쩌면 작년 말? 아무튼 최근에) 배운 게임 중 현재 2위는「Phoenix New Horizon」인데 이것도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라운드/차례 수가 극단적으로 적은 대신 각종 보너스를 잘 활용하는 재미를 살린 게임이란 점에서는 「백로성」과도 얼핏 비슷한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저는 (플레이 횟수가 꽤 많이 쌓아기도 한) 「백로성」을 중고로 내보내고 「Phoenix Nex Horizon」을 들여놓고 싶은데, 이게 게임 중 언어요소가 없어서 이걸 굳이 한국어판을 기다릴지 아니면 해구를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플레이한 지 두 달 정도 지났다보니 글을 따로 쓰기는 어려운 상태라서 제가 느낀 재미를 전달하기 어려운 게 너무 아쉽네요.
'이것저것 간단 리뷰'는 제가 최근에 플레이한 보드게임 중 새롭게 배운 게임이나 특별히 코멘트할 게 있는 게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리뷰해보는 게시물입니다. 읽으실 때 플레이 횟수가 적은 상태에서 게시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플레이 횟수가 특히 부족한 게임은 제 플레이 경험 폭을 적어놓았습니다.
「피라미도 (Pyramido)」
3인플 수회
여름 보드게임콘에서 구입한 게임이고, 지금도 그 구매에 매우 만족하고 있는 게임이고요.
도미노 형태의 타일을 모아서 피라미드를 쌓아가는 게임입니다. 한 층을 완성할 때마다 점수 계산을 하는데, 토큰이 놓여 있는 구역에 있는 아이콘 숫자만큼 점수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 층에서 받은 점수 중 가장 적은 점수를 받은 토큰으로는 점수를 한 번 더 받고요.
다만, 자기 차례에 가져온 타일에 토큰을 놓을 수 있다면 반드시 놓아야 한다는 부분 때문에, 가지고 가면 곤란한 타일을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는 딜레마가 매력인 게임입니다.
(모임 후기에 작성했던 내용을 약간 다듬었습니다.)
타일이 매우 많이 사용되는 4인플을 아직 못해본 것이 아쉽네요.
이미지 출처 : 보드게임긱 (https://boardgamegeek.com/image/8429054/orapa-mine)
「오라파 마인 (Orapa Mine)」
출제자는, 가림막 뒤에서 블럭들을 규칙에 맞게 배치합니다. 그 외의 플레이어들은 참가자가 되어, 자기 차례가 될 때마다 특정 지점으로 파장을 쏩니다. 그 파장이 블럭들을 만나서 반사되면서 경로가 바뀌고 파장의 특징(게임에서는 색으로 표현)이 달라집니다. 그렇게 출제자는 참가자가 어떤 지점으로 쏜 파장이 어떤 지점에서 무슨 색으로 나오는지를 답하고, 참가자들은 이 답을 통해서 블럭들의 위치를 추리하게 됩니다.
2인플이면 두 플레이어가 서로 출제자이자 상대편에 대한 참가자가 되어 먼저 맞추기를 경쟁하고요.
기하학적인 요소를 사용하는 디덕션 게임이라서 이 부분에 대한 호불호는 있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휴대성 좋고 훌륭한 디덕션 게임입니다. 생각보다 짧기도 하고요.
다만 가림막 뒤에 규칙 요약 같은 걸 넣을 수 있을 텐데도 안 넣어준 점, 검은 물질을 넣지 않으면 추리가 너무 쉽다는 점은 좀 아쉽네요.
2인플을 아직 못해본 게 아쉽고, 검은 물질을 슬슬 넣어보고 싶네요.
Unlock!: Short Adventures – The Awakening of the Mummy Unlock!: Short Adventures – Secret Recipes of Yore
게임은 실망스러웠고 저희 어머니는 건강히 잘 계시며 저희 가족은 화목합니다.
이미지 출처 : 보드게임긱 (https://boardgamegeek.com/image/8330249/sky-team)
「스카이팀 (Sky Team)」
두 플레이어는 한 명이 기장, 한 명이 부기장이 되어 비행기를 안전히 착륙시켜야 합니다. 각자 가림막 뒤에서 주사위를 굴리고, 라운드별로 정해진 플레이어부터 번갈아 주사위를 놓습니다. 매 라운드마다 반드시 놓아야 하는 칸이 있고, 그 외의 칸들도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 달성해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시나리오라 할 수 있는 공항별로 다양한 추가 상황이 존재하고요.
일부 정해진 시간에만 대화가 가능하기에 협력 게임의 재미가 줄어들었다는 의견도 있던데, 저는 그 정해진 시간에 나눈 대화를 실현시키면서 느껴지는 협력 게임의 카타르시스는 충분하다고 보네요.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짧게 한 공항에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는 요즘이라 겨울 동안에는 꾸준히 즐길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보드게임긱 (https://boardgamegeek.com/image/8560161/seti-search-for-extraterrestrial-intelligence)
「세티 : 외계 지성체 탐색 (SETI :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3인플 1회
제목 그대로, 외계 지성체를 찾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표현한 게임입니다.
탐사선을 발사하고, 다른 행성으로 보내서 그곳의 궤도나, 행성표면, 혹은 위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킬 수 있습니다. 아니면 우주 전파를 분석하여 데이터를 얻고, 그 데이터를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과학 프로젝트를 묘사하는 카드를 사용하고, 특별한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물론 우주적인 일들을 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그동안 태양계의 행성들은 공전하며 위치가 달라지기에, 탐사선의 이동이나 전파 감지에는 면밀한 계획도 순간적인 대응력도 필요할 거고요.
이 과정에서 외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게임은 극변하게 됩니다. 게임 시작 시 외계종 둘을 무작위로 정하여 비공개로 게임을 준비하고, 게임중 특정 조건이 만족하면 앞면으로 공개합니다. 이때부터 기본 카드보다 강력한 효과를 가진 외계종 카드가 게임에 포함되고, 외계종마다 조금씩 다른방식으로 게임 규칙에 변화를 줍니다.
자원 운용 면에서는 「잊혀진 유적의 아르낙」의 짧은 라운드 동안 적은 수의 자원을 쥐어짜내서 점수를 내는 느낌을 받았지만, 게임의 복잡도는 아르낙보단 높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점수를 낼 수단의 다양성이나 점수의 단위는 아르낙보다 훨씬 후한 편이라서 「버건디의 성」 등으로 대표되는 포인트 샐러드 장르라는 인상도 같이 받았습니다. (저는 첫플인데 160점 정도가 나왔습니다.)
제가 올해 가장 재밌게 한 게임은 「뉴클리엄」이었는데, 지금은 「SETI」가 제 올해 최고의 게임입니다. 한국어판이 나오면 반드시 구매할 거에요.
p.s.
다른 언어 판본은 게임보드가 영어로 나오는데, 한국어판은 보드도 한국어로 나온다고 합니다. 카드 효과에서 보드의 행성 이름들을 자주 참조하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고 보네요.
「이베큐에이션 (Evacuation)」
카드 사용하는 2인플 1회
상당히 먼 미래, 기존 행성은 더이상 미래가 없기에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내용을 다룬 게임입니다.
테마에서 알 수 있듯이, 플레이어의 자원이나 건물 등은 구세계에 있는 것과 신세계에 있는 것을 엄격히 구분해야 합니다. 처음에야 구세계에서 많은 생산이 나오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 사람들과 건물들을 신세계로 옮겨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기본 행동으로만 진행되는 게임을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카드의 효과를 사용하는 버전으로 게임을 했습니다. 카드의 앞면 효과를 사용해도 되고, 카드를 뒷면으로 내리면서 개인판에 있는 기본 행동을 해도 됩니다. 「언더워터 시티즈」가 기본행동과 카드행동을 모두 하는 대신 카드가 약했다면, 「이베큐에이션」은 (규칙이 규칙인 만큼) 카드의 효과가 기본 행동과 밸런스가 맞는 느낌이었고요.
게임 규칙서에서도 디자이너가 아닌 퍼블리셔, MTS가 이 규칙을 추천하던데... 저는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은 그래도 기본 규칙으로 플레이하는 게 좋지 않나 싶긴 하네요.
게임은... 숙련도가 낮아서 그런 건지,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 가난하고 자원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행동을 할 때 드는 에너지가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물론 제가 에너지 부족을 1라운드 후반에야 느껴서 1라운드에는 이미 에너지 생산 관련 투자가 부족하긴 했지만... 에너지 투자를 하더라도 할 수 있는 행동 수가 늘어나거나 자원이 풍족해질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한 번 더 해보고 싶습니다. 뭔가 한 요소를 잘 집중했다기보단 조금씩 어중간하게 플레이했다는 아쉬움이 크네요.
「서퍼사우르스 맥스 (Surfosaurus MAX)」
3인플 2회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카드를 한 장씩 내려놓습니다. 정해진 바퀴가 돌면 플레이어가 내놓은 카드들을 모아서, 그 카드를 통해 만들어지는 가장 강력한 조합을 체크합니다. 그 조합에 자기 카드를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카드에 적힌 점수를 받습니다. (경쟁카드가 있으면 반만 받습니다.) 숫자가 작을수록 가장 강한 조합에 끼기 힘든 대신 점수는 높게 받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 수에 따라 플레이하는 카드의 수나 조합에 사용되는 카드 수, 랜덤하게 빠지는 카드 존재 여부 등이 달라져서 다른 인원으로 더 해봐야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과 재밌게 상호작용하며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신선한 카드게임을 찾으시는 분께 강력 추천합니다.
「우드크래프트 (Woodcraft)」
2인플 1회
약간 비현실적인 테이스트가 섞여 있는 목공예 테마의 게임입니다.
공용 액션 바퀴에서 원하는 액션을 선택하고 그 액션 타일을 다음 쿼터로 옮깁니다. 옮기는 액션 타일의 위치에 따라서 보너스를 받기도 하고요. 이러한 액션을 통해서 나무를 사고팔거나, 심거나, 각종 도구를 구입하거나, 계약을 수주합니다. 그리고 목재와 도구를 활용해서 계약을 달성할 수 있고요.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규칙으로 즐거운 고민들을 선사하는 게임이었습니다. 다양한 자유 행동을 어떻게 조합해서 계약을 달성하리 고민하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중요한 메인 액션은 내가 원하는 보너스를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보너스를 더 주는 액션으로 플랜을 변경해야 하는가에서 오는 고민이 가장 즐거웠네요.
플레이어 수가 많으면 내 차례가 오기 전에 액션 바퀴의 판도가 크게 변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3인플이나 4인플도 해보고 싶습니다.
MTS에서 나온 이 작가의 게임(「우드크래프트」, 「이베큐에이션」, 「메시나」) 중에서는 만족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MTS 홈페이지에서는 품절이라서 구입할 수 없었던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ㅎㅎ....
「항해 (Sail)」
1회 (시나리오 1)
두 명이서 진행하는 협력 트릭테이킹입니다.
각 트릭마다 두 플레이어가 사용한 카드에 적힌 심볼의 조합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다른 일이 일어납니다. 배가 안전히 항해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과정에서 배가 크라켄에게 파손될 수도 있습니다. 대포를 사용해 크라켄의 공격을 방어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폭풍을 제 때에 벗어나지 못하거나, 배가 너무 많이 공격당하거나, 정해진 시간까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면 플레이어들은 패배합니다.
'크루' 시리즈의 2인플이 가능은 하지만 너무 쉽고 재미는 약하다고 보는 편인데, 2인 협력 트릭테이킹으로서 준수한 재미와 난이도를 가진 게임이라서 매우 재밌게 했습니다.
시나리오가 다섯 개밖에 없다지만, 플레이어들이 즐기기 좋은 적당한 난이도에 맞게 직접 배치하는 것도 가능해서 이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네요.
「컨실리움 우르비스 (Concilium Urbis)」
기본법안 3인플 1회
라운드마다 플레이어들은 네 장의 타일을 비공개로 받습니다. 이를 2장짜리 더미 두 개로 나누어서, 정해진 방향의 플레이어에게 줍니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이 받은 더미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반납합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선택한 두 장과 반납받은 두 장, 합계 네 장을 자신의 도시에 추가합니다.
광산에서는 광물이 나오고, 공장에선 이 광물을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를 모으면 추가 점수가 되는 카드에 투자할 수 있고요.
그 뒤 자신의 도시에 있는 건물에 따라 투표권이라는 자원을 받은 다음, 투표가 진행됩니다. 라운드 시작 시 미리 공개되었던 안건 두 개에 대하여 투표를 하게 되고, 이 안 건은 게임 끝나고 도시에서 받는 점수를 바꾸게 됩니다. 어떤 타일이 점수를 게임 시작 시보다 더 받게 되거나, 덜 받게 되는 거죠.
타일을 나누어서 다른 사람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케이크 자르기 요소, 타일의 배치 관계를 잘 정해야 한다는 타일배치 게임의 재미, 각자 이해관계 대립에서 나오는 투표의 재미를 추구한 거 같은데.....
타일마다 개성이 부족해서 케이크 자르기는 매우 단순한 경우가 많고, 타일의 배치 관계...는 다른 버전을 더 해봐야 알 것 같고, 투표의 경우 개당 2점인 게 개당 3점이 되냐 마냐 같은 수준이라서 분명 중요한데 또 드라마틱까지는 아닌 묘한 느낌이 있습니다.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게임 시작 시 룰을 잘못 인지한 부분이 있어서 다시 한 번 해보고 싶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재밌는 것까진 아니라서 다시 할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ㅎㅎ;
'이것저것 간단 리뷰'는 제가 최근에 플레이한 보드게임 중 새롭게 배운 게임이나 특별히 코멘트할 게 있는 게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리뷰해보는 게시물입니다. 읽으실 때 플레이 횟수가 적은 상태에서 게시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플레이 횟수가 특히 부족한 게임은 제 플레이 경험 폭을 적어놓았습니다.
*개인이 3D프린터로 뽑은 구성물이 포함된 사진입니다.
「뉴클리엄 (Nucleum)」
플레이 횟수 : 3인플 3회
올해 플레이한 게임 기록을 상당히 누락해서 기억을 좀 떠올려보긴 해야겠지만, 아마도 상반기 베스트 게임일 것 같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브래스(Brass)」와 「버라지(Barrage)」를 섞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 플레이 감각은 저 둘과 상당히 다릅니다. 두 게임을 해봤으면 규칙을 이해할 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는 정도? 그래도 「브래스」는 유사한 부분이 좀 있긴 하지만요.
「브래스」에서 네트워크가 주는 스트레스를 자기 차례에 액션 횟수가 두 번이라는 거로 어느 정도 완충했었다면, 「뉴클리엄」은 건물 종류와 달리 길은 아무 곳에나 놓을 수 있다는 점을 통해 네트워크 문제 해결을 유연하게 해줍니다. 점수에 큰 도움이 되는 행동(「브래스」의 판매, 「뉴클리엄」의 발전)은 누구의 네트워크로든 연결되면 OK라는 점은 비슷하네요.
이탈리아 작가들이 참여한 게임들이 으레 그렇듯이 플레이어의 콤보가 팡팡 터질 때의 카타르시스는 강렬합니다. 이게 독이 되는 게임도 간혹 있습니다만, 그건 플레이 경험이 누적되어야 알 것 같네요.
확장 지도가 나오거나 할 때 본판도 다시 판매한다면 그때 들어가는 걸 고려 중입니다. 선주문에 들어갔다가 당시 지갑 사정 때문에 빠지고, 잔여 물량 판매 시에도 지갑 사정 때문에 고민하던 중에 품절난 거는 좀 뼈아프군요....
문명 테마의 게임이 하고 싶던 차에 할인도 진행 중이고 플레이 타임도 길지 않다고 해서 구매해본 게임입니다. 결과는 그럭저럭 만족. 상당히 압축된 플레이 타임 속에서 문명게임의 요소를 여럿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네요. 1인플도 나쁘진 않은데 그래도 다인플이 더 재밌지 않나 싶군요.
박스가 작아서 어쩔 수 없겠지만, 구성물을 꺼내기 쉽지 않은 자원 트레이는 약간 불만입니다. (물론 이게 없으면 정리는 더 어려웠을 것 같으니.. 그냥 게임할 때마다 부어버리고 있네요.)
「핏츠 (FITS)」
플레이 횟수 : 구버전 포함 매우 많음
무작위로 펼쳐진 카드에 그려진 블럭을 자기 판에 내리꽂아서 채우는 게임입니다. 빈 칸은 일반적으로 감점이지만, (모두가 동일하게 사용하는) 보드가 몇 번이냐에 따라서 감점이 더 커지는 아이콘이나 오히려 보여야 점수를 주는 아이콘이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해진 라운드를 플레이하며 누적된 점수가 높은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에요.
사실 15년 전 쯤에 나왔던 구버전을 장기간 소장하고 플레이했던지라 특별히 플레이 경험이 새로운 게임인 경우는 아닙니다. 5~8번 보드가 추가되었는데 기존 규칙을 활용하면서도 난이도가 있는 구성은 좋았네요. 하지만 이걸 '새로운 게임의 간단 리뷰'가 모토인 이 게시물에 소개한 이유는 그게 아닙니다.
이번 신판의 경우 원가절감을 매우 잘 한 나머지, 구성물 퀄리티가 정말정말 심각합니다.
저는 게임만 재밌으면 구성물 퀄리티를 신경 안 쓰는 편이라 생각하고 지인들 평가도 그러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FITS」는 너무 화가 나는 퀄리티였네요.
조립 보드는 홈과 보드 두께가 안 맞아서 안 들어가거나 헐거운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목공풀 열심히 발라서 고정시켜놓았네요.
블럭 종이 타일들도 뭔가 모양이 안 맞는 건지, 정사각형 크기가 다른 게 눈에 보이거나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꽉 끼는 것보단 헐겁다에 가까운데 이건 그래도 넣고 빼기는 쉬우니까 좀 나으려나요...?
블럭 결정 카드들은 심각하게 얇아서 전단지가 더 두꺼운 거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카드 크기도 대중적이지 않아서 슬리브를 꽤 많이 보관해둔 저에게도 맞는 게 없더군요. 저는 가로폭이 맞는 슬리브에 넣은 후 윗부분을 잘랐습니다.
개인 보드와 블럭들의 색깔로 플레이어 색을 정해주는 건 좋은데, 개인 보드와 블럭 색이 너무 비슷해서 눈에 잘 안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위 사진처럼, 일부러 개인 보드와 블럭 색을 다르게 가져갑니다. (어차피 색깔이 섞인다고 문제되는 규칙도 아니니까요.)
원가 절감해놓고 가격은 그대로 받은 건 아니고 가격은 확실히 싸다고 체감할 정도였습니다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퀄리티라서, 주변 사람들에게 '게임은 재밌지만 구성물 품질이 너무 나쁘니 사진 마세요.'라고 말하고 다니고 있네요.
p.s.
프로모라고 준 스타트 나무 블럭의 경우, 스타트 블럭이 게임 중 카드에서 나오면 한 턴 쉰다는 규칙 때문에 기존 블럭을 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스타트 나무 블럭 프로모 자체의 퀄리티는 좋지만, 다른 종이 타일과 두께 차가 커서 이질감도 크구요. 결국 저는 이 프로모 나무 블럭들을 안 쓰는 게 더 편하다는 결론을 얻었네요.
「점박이 (Spots)」
플레이 횟수 : 2~4인플 수회
서양 만화풍 일러스트가 매력적인 푸쉬 유어 럭 스타일의 주사위 게임입니다.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숫자 중 자기 강아지 카드의 빈 칸에 맞는 주사위는 채우고(위 사진은 채워서 뒤집어진 카드만 보이는데 앞면에는 칸이 그려져 있습니다), 안 맞는 카드는 페널티 영역에 둡니다. 자기 차례가 되면 그냥 주사위를 굴리는 게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재주 카드 중 하나를 골라서 거기 써인 지시대로 주사위를 굴리게 되고요. 재주 카드의 효과가 다양해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재주를 고르는 재미 및 리플레이성을 확보한 경우입니다.
아무래도 필러 게임은 좋은 게 워낙 많은지라 새로운 게임을 잘 안 사는 편인데, 약간 멍청미마저 느껴지는 귀여운 일러스트가 제 눈을 사로잡은 게임입니다.
아트웍만 장점인 게임은 아닙니다. 단순히 자기 차례에 정해진 주사위를 굴리는 게 아니라, 다양한 효과를 가진 재주 타일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주사위인 이상 어차피 운은 작동한다지만, 자기 상황에 그래도 도움이 되는 재주 카드를 고르게 된다는 점, 반대로 뒷사람에게 크게 유리한 재주를 미리 끊는 식의 전략도 가능하다는 점 등, 그냥 운만 가지고 이겼다/졌다는 느낌이 안 들도록 된 점이 맘에 듭니다. 재주 카드가 다양한 점도 장점이고요.
케이크 자르기(한 사람이 케이크를 나누면 다른 사람이 조각을 골라서 공정한 분배가 가능하게 하는 알고리즘)를 이용한 간단한 게임입니다. 현재 플레이어가 다섯 장의 카드를 1-4 또는 2-3으로 나누고, 반대편 플레이어가 둘 중 자기가 가져갈 쪽을 고릅니다. 카드들은 숫자 조합을 잘 모아야 더 많은 점수를 벌게 해주고, 선 플레이어가 나눠둔 다섯 장의 카드 중 한 장은 항상 뒷면으로 두기 때문에, 셋 컬렉션 요소 및 심리전 요소도 있습니다.
이걸 주면 엄청 좋아지나? 이걸 뒤집어두면 좋은 건 줄 알고 이쪽을 고르지 않을까? 같은 심리전의 재미가 있어서, 필러 게임으로 좋았습니다. 공간도 얼마 안 차지해서 카페에서 가볍게 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2인플 게임이지만, 3-4인 게임에서는 두 명이 한 팀을 이루게됩니다. 팀인 쪽은 서로 (나중을 위해) 모아둔 보물을 분리해야 한다는 점 정도가 차이이긴 한데... 사실 2인플 게임과 특별히 다른 경험을 했다는 느낌은 안 들긴 해요. 4인플을 아직 못해봤지만 4인플을 꼭 해봐야 한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이것저것 간단 리뷰'는 제가 최근에 플레이한 보드게임 중 새롭게 배운 게임이나 특별히 코멘트할 게 있는 게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리뷰해보는 게시물입니다. 읽으실 때 플레이 횟수가 적은 상태에서 게시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플레이 횟수가 특히 부족한 게임은 제 플레이 경험 폭을 적어놓았습니다.
「프로젝트 L - 고스트 확장」
(Project L : Ghost Piece ; 2021)
기존의 조각 최대 레벨이 4였는데, 고스트 확장에서는 레벨 5에 해당하는 고스트 조각이 생깁니다. 다만 레벨 4 조각이 기존에 최상위 퍼즐 역할을 하던 걸 고려하여 고스트 조각은 모양이 한정적이며, 획득 경로도 일부 퍼즐의 보상으로만 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고스트 조각을 산산조각내서 더 작은 조각 여러 개로 만든 뒤 여러 개의 퍼즐에 배치하는, 마스터 행동과 비슷한 고스트 행동도 가능하고요.
기본판 게임에서 5점 타일들이 16칸이라서 4레벨 조각 4개로 맞추는 게 게임 후반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었는데, 5레벨 고스트 조각이 생겼기에 4점 이하의 타일도 고스트 조각 및 다른 레벨 조각들로 효율적으로 맞출 수 있는 등, 중후반 득점 최적화가 보다 풍부해진 게 느껴지는 확장이었습니다. 기본판과 비교해서 색깔이 바뀌진 않고 기존의 맛이 더 깊어지는 확장이었어요.
「넥스트 스테이션 : 런던 - 오픈 데이」
(Next Station : London - Open Day ; 2022)
관광지 하나를 추가해주는 귀여운 프로모입니다. 규칙도 어려운 게 없으니, 첫 게임이 아니라면 바로 넣을 수 있어요. 물론 넣는다고 게임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만요.
「히트 : 질주의 열기」
(Heat : Pedal to the Metal ; 2022)
라운드 시작 시 자신의 기어 레벨을 높이거나 낮춰서, 이번 라운드에 써야 하는 카드의 수를 결정합니다. 자신의 기어 레벨에 맞춰서 사용할 카드를 뒷면으로 내려놓습니다. 그 뒤 시작 플레이어부타 자기가 사용한 카드를 공개한 뒤 카드에 써진 숫자 합계만큼 전진합니다. 카드에 따라서 특별한 일이 더 일어나기도 하고, 위치에 따라 슬립스트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으며, 코너를 과속하여 돌면 엔진에 부하가 걸려서 핸드 자리를 차지하고 방해하는 카드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제작사의 다른 게임 「티켓 투 라이드」 못지 않게 간단한 규칙, 그 게임 규칙 속에서 생각보다 섬세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전략적인 요소, 많은 인원이 같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특징 등이 빛나는 게임입니다.
게임이 재밌어 보이지만 규칙이 너무 간단한 것 같아 걱정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규칙은 간단해도 한 턴 한 턴 고민하는 맛이 일품이었네요.
저는 기본 규칙과 업그레이드 모듈 규칙으로 플레이해봤습니다.
기본 규칙의 경우 규칙의 총량이 「티켓 투 라이드」보다도 적습니다. 그래서 가족 게임, 비게이머와도 같이 할 수 있는 수준이네요.
AI 세 대 넣고 2인플도 해봤는데 문제 없이 재밌게 할 수 있었습니다.
업그레이드 모듈은 자기 덱에 특별한 카드 세 장을 넣고 플레이어마다 다른 덱으로 플레이하게 해주는 모듈인데 업그레이드 카드가 강력한 것도 많고 활용하는 재미가 특별해서 좋네요. 다만 이 모듈의 경우 AI는 특별히 다르게 행동하는 게 없어서, 저인플에서는 그 재미가 많이 줄어들기는 합니다...
만약 제가 2, 3인플 플레이보다 4, 5인플 플레이가 많은 환경이었다면 확장을 해구했을 정도로 4인플 플레이가 만족스러웠네요.
「업세션 : 위층, 아래층 확장」
(Obsession : Upstairs, Downstairs)
- 긴 게임 2인플 2회
타일, 젠트리 카드처럼 기본판에 합쳐도 되는 카드는 진작에 합쳐두었고, 프로모 젠트리는 평생 쓸 생각이 없는지라, 확장을 드디어 플레이 해봤다고 할만한 건 특수 하인들을 추가했다는 정도네요.
새롭게 추가된 하인들은 액션 소모 없이 추가 이득을 보게 해주거나, 기존에는 가문 명성 레벨 제한으로 못하던 행동들을 하게 해주는 일시적 부스트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작 하인도 한 명 늘어나고, 휴식 때도 돈받기 대신 하인 고용을 하는 것도 가능해서 타일+젠트리+하인으로 구성되는 엔진을 갖추는 속도도 더 좋아졌고요.
그 결과 좀 어이없을 정도로 빠르게 명성 레벨을 높인 후 명망가 젠트리를 초대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덕분에 긴 게임에서는 중반부터는 엔진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정도였네요.
기본판은 짧은 게임은 명망가를 활용하기 힘들정도로 짧고 긴 게임이 정상적인 게임이라는 느낌이었는데, 확장은 긴 게임은 너무 길다는 인상이 강하네요. 이건 확장 짧은 게임을 해봐야 확실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만요.
「토네이도 6」
(6th Sense ; 2021)
「위저드」로 대표되는 승수 예측형 트릭테이킹 게임입니다. 다만 자신이 가진 카드 중 하나로 승수를 예측해야 하고, 특수 카드가 많아서 승수를 맞추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전략성보다는 파티성에 초점을 둔 경우로, 역시 승수예측형 트릭테이킹인 「스컬킹」보다 훨씬 확실하게 파티성을 추구합니다.
개인적으로 「스컬킹」의 0승 선언이 한 방을 노리는 전략적 선택지보단 '일단 재밌어 보이니까 0승 선언'하는 플레이에 악용되는 경우를 더 많이 봐서 전략성을 추구하는 게이머가 손해보는 구조다보니 아쉬웠는데, 「토네이도 6」는 아예 확실하게 파티성을 추구해서 오히려 더 불쾌함이 적어서 좋네요.
「푸에르토 리코 1897」
(Puerto Rico 1897)
푸코야 거의 20년을 플레이한 게임이라 새로울 건 없고, 1897 버전부터 동봉된 축제 확장과 밀수꾼 확장을 경험하려고 최근에 플레이했네요.
밀수꾼 확장은 프로모로 나온 지는 좀 된 건 알았지만 구하기 힘들어서 이번에 처음 플레이해봤습니다. 기존 체계에서는 건드리기 힘들었던 부분들을 건드릴 수 있는 독특한 기능들이 많아서 재밌었네요. 특히 '나는 이득을 보지만 다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상황을 만들기 쉽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여전히 밀수꾼이 없는 기본 게임을 더 좋아하지만, 밀수꾼을 넣는 게 싫은 건 아닙니다.
반면에 축제 확장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목표 달성 조건이 간단한 편이라서 평소에 안 쓰던 빌드를 쓰기보단 하던 거 하니까 얻어먹는 느낌이 강하네요. 물론 다른 플레이어와 목표 달성 레이싱을 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플레이어의 전략적 선택지 못지 않게 처음에 앉은 자리나 대규모 농장 무작위 타일에 의한 유불리도 크게 작용한다고 느껴져서 레이싱이 산뜻한 느낌도 안 나네요.
기존의 확장1, 확장2 모두 종종 즐길 정도로 만족한 편이지만, 이건 다시 넣고 싶지 않은 기분이네요.
「럼 샷」
(Rum shot ; 2023)
서로 공격카드 쓰고 방어카드 있으면 막고 하다가 혼자 살아남으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술게임용으로 쓸 때를 위한 전용 규칙이 있는 건 독특했네요.
이런 장르의 게임은 카드 효과가 복잡하게 얽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서 하면서 룰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럼 샷」은 이 부분이 명료하게 잘 되어 있다는 점은 장점이었습니다.
'이것저것 간단 리뷰'는 제가 최근에 플레이한 보드게임 중 새롭게 배운 게임이나 특별히 코멘트할 게 있는 게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리뷰해보는 게시물입니다. 읽으실 때 플레이 횟수가 적은 상태에서 게시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플레이 횟수가 특히 부족한 게임은 제 플레이 경험 폭을 적어놓았습니다.
한동안 게시물을 안 써서 기억이 나는 게임까지만 작성하였습니다.
「업세션 (Obsession)」
플레이 횟수 - 2, 3, 4인플 총 10회 이상
영국 사교계를 배경으로 부유한 페어차일드 가문의 결혼 적령기 남매와 친해지는 과정에서 가문의 이름을 다시 드높이는 과정을 그린 게임입니다. 소설 '오만관 편견'이나 드라마 '브리저튼'의 테마를 가져와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둘 다 안 봐서, 저는 만화 '엠마' 쪽을 떠올리는 게 더 몰입하기 쉽더군요.
자신의 차례가 되면 자기가 가진 자산 중 하나를 사용하고, 그 자산을 사용하는 활동에 손님(*)들을 초대하여 가문의 위세를 알립니다. 이 과정에서 초대한 손님과 자산의 활동이 제공하는 보너스를 받게 되고요. 이 과정에서 여유자금이 생기거나, 초대 가능한 손님(카드)이 늘어나거나, 내 자산이 사람들 입소문을 타면서 점수가 높아지고, 활동을 도운 고용인들은 두 턴 연속은 일할 수 없어서 한 턴 쉬게 해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자산 타일을 하나 구입할 기회를 가진 뒤 차례 종료. 가끔 활동이 어려울 때는 한 차례 휴식을 하고요.
(*손님: 정식 명칭은 젠트리이지만, 게임을 모르는 분들이 게시물을 이해하시기 편하도록 편의상 손님이라 칭하겠습니다.)
그러다 일정 라운드가 지날 때마다 페어차일드 남매의 관심사에 따라서 특정 플레이어 가문과 더 친해지거나, 게임 종반부엔 아예 결혼에 성공하기도 하고요.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모은 자산 및 손님 카드, 그 외 기타 등등의 점수를 모아서 점수가 높은 사람이 승리하게 됩니다.
게임 박스의 크기나 구성물의 수, 규칙서의 길이 등은 전략 게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플레이해보면 생각보다는(전략게임 치고는?) 간단한 편입니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타일 중 하나를 고르고, 그 타일이 요구하는 손님 카드와 하인을 할당하여, 이득을 받는 게 전부라서요. 다만 플레이가 간단할 뿐, 이러한 과정에서 손님을 계속해서 초대할 수 있도록 카드를 확보하거나, 기왕이면 아직 점수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은 타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순서와 손님 조합을 잘 짜는 고민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 나를 윤택하게 해주는 게 보이면 거기서 쾌감이 느껴지죠. 선택지가 많은 고민을 반복하고 내 결정에 대한 피드백이 확실한 게 이 게임의 큰 재미이자 장점입니다.
다만 저에게 최고의 전략게임이었는가 고민해보면, 그건 아니라 할 수 있겠네요.
다른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이 없는 건 아닙니다. 타일을 누가 먼저 구매하느냐, 누가 페어차일드 가문의 호감을 더 많이 사느냐부터 시작해서, 몇몇 타일은 직접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를 방해하는 기능이 달려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플레이어의 상황을 살피고 나의 선택을 수정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타일과 카드를 들여다보는 게 게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상호작용이 '결과'인 경우는 많지만 '전략적 도구'로 활용 가능한 경우가 많지 않고, 재밌는 상황을 만든다는 느낌도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변수는 명망가 카드입니다.
명망가 카드는 손님 카드 중 초대 조건이 특히 더 까다로운 대신 강력한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입니다. 시작 타일 중 한 장으로 딱 한 번 명망가 카드를 얻을 수 있고, 그 외에는 게임 중 얻을 수 있는 다른 손님 카드나 타일의 효과로 가져와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명망가 확보 수단(특히 명망가 카드를 얻게 해주는 손님 카드)을 내가 차지할 수 있는지에 운의 요소가 많이 작용하고, 그렇게 명망가 카드를 얻을 기회가 생겨도 내가 부르기 쉬운 명망가가 올지 아닐지에도 다시 한 번 운이 작용하게 됩니다. 명망가 카드 없이는 한계가 있는 편이고요.
그래서 이 게임은 큰 전략을 가지고서 게임을 이끌어나가더라도 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점검한 뒤 최선을 다하는 게임성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나에게 주어진 카드를 잘 활용하는 실력이 중요한 게임은 많습니다만, 「업세션」의 경우엔 손님 카드, 그중에서도 특히 명망가 카드에 한해서는 운의 비중이 적지 않게 느껴진다는 건 많이 아쉽더군요. (그래도 긴 게임 모드에서는 운을 어느 정도 중화할 만한 시간이 주어지긴 합니다만....)
이러한 특징들은 「업세션」의 특징이고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강점이긴 합니다. 다른 사람을 너무 신경쓸 필요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이기든 지든 고민을 즐기고 선택의 달콤한 결과를 즐기는 거죠. 이기면 내가 잘한 거고, 지면 카드운이 나쁘다고 생각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특징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좋은 게임'이 될 수는 있었지만, 제 인생게임이나 올해의 게임이 되지는 못한 이유이기도 했네요.
아직 '위층, 아래층' 확장은 해보지 못했는데, 슬슬 기본판으론 아쉬운 느낌이 드는 만큼 1월 중에는 확장을 넣어서 해봐야겠어요. 게임 특징상 1인플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요.
「훈트 (Hund)」
플레이 횟수 : 기본규칙 3인플 수회, 4인플 1회
「훈트」는 트릭테이킹 게임으로, 「Ebbes」의 신버전..이라고 알고 있긴 한데, 「Ebbes」는 해본 적이 없네요.
게임은 항상 다섯 개의 수트를 사용하고 수트별로 능력이 있습니다. 진행 방식은 일반적인 트릭 테이킹과 동일하고요. (시작 플레이어가 낸 수트가 있으면 따라서 내야 하고, 없으면 아무거나 내도 된다. 트럼프 수트가 있으면 가장 높은 트럼프 수트가, 없으면 시작 플레이어가 낸 수트의 가장 높은 카드가 이긴다.)
그런데 수트의 능력은 게임 규칙상 정해진 게 아니라, 라운드 중 플레이어의 행동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결정 숫자가 5인 게임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5가 나온 수트가 트럼프 수트가 되고, 그 다음으로 5가 나온 수트는 장당 1점인 플러스 수트, 세 번째는 해당 수트를 가장 많이/적게 얻은 플레이어가 아닌 중간 등수 플레이어들은 3점씩 받는 훈트 수트, 네 번째는 장당 -1점인 마이너스 수트, 다섯 번째는 가장 많은 먹은 플레이어가 다음 라운드 시작 플레이어를 정하는 리드 수트가 됩니다.
이렇게 수트별 능력이 변한다는 게 훈트의 엄청난 매력입니다. 내 손에 결정 숫자 카드가 많다면 이걸 어떻게 내야 수트별 능력이 나에게 유리해지도록 이끌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고, 결정 숫자가 적다면 결정 숫자들이 어느 타이밍에 나올지 예측하고 필요하다면 이끌어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수트가 안 정해진 카드를 잔뜩 먹었다면 이 카드가 훈트나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하는 긴장감까지도요.
게임이 시시각각 변하기에 어려울 것 같지만, 위에서 말한 규칙이 게임의 거의 모든 규칙이라 해도 좋을 정도라서 트릭테이킹이 안 익숙한 분도 금방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트릭테이킹은 사람 수가 적으면 재미가 좀 아쉬울 때가 종종 있는데, 이 게임은 3인플도 괜찮았습니다. 다만 3인플 기본규칙일 때는 중간 등수를 노려야 하는 훈트 수트가 죽는 경우가 많아서, 이 부분 때문에 4인플이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5인플... 해보고 싶습니다...)
그 외에 확실한 단점이라면, 스코어보드 중 한 쪽면에 오타가 있다는 거? 사진에 보면 7과 8의 위치가 바뀌어 있습니다.
「12 칩 트릭 (12 Chip Trick)」
플레이 횟수 : 3인플 10회 이상
세 명의 플레이어가 열두 개의 칩으로 간단하게 즐기는 게임입니다. (2, 4인플도 되지만, 아직 못해봤습니다. 2인플은 안 궁금하기도 하고요.) 게임 장르는... 트릭 비슷한 요소는 있지만 트릭테이킹은 아니고... 패 털기 요소는 있지만 그게 꼭 유리한 것도 아니고... 그냥 쉬운 게임이라고 해야 하려나요.
세 명의 플레이어가 네 개씩 칩을 나눠가지고 시작, 자기 차례가 되면 칩 하나를 냅니다. 규칙에 따라 승자가 정해져서 승자는 나온 칩 중 하나를 스코어로 획득, 다른 플레이어들은 핸드로 획득합니다. 이를 반복하여 누군가 핸드가 떨어지면 라운드가 끝나고 이때 손에 남은 칩은 자동으로 스코어가 됩니다. 각자 스코어를 계산해보아 21점이 넘은 사람은 버스트되고, 21점 이하인 사람 중 가장 높은 사람이 라운드 승점을 획득합니다. 전원 버스트일 때만 버스트 중 높은 사람이 승리하고요.
칩은 1~12의 열두 개가 있는데, 이를 다 더하면 78이고, 세 명이 나눠가지면 평균 26점을 획득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론 세 명 중 두 명 버스트에 한 명이 유일한 21 이하로 자동 승리하거나, 세 명 전원 버스트가 되면서 높은 칩을 획득한 사람이 승리하기도 합니다.
굉장히 간단한 규칙인데, 그 규칙을 보조하는 세부 규칙도 훌륭합니다. 1~12의 칩 중 4~9는 붉은 칩이고, 칩을 획득할 때 붉은 칩이 있으면 반드시 붉은 칩을 획득해야 합니다. 따라서 라운드 초중반에는 붉은 색 칩을 나눠가지는 국면이 되고, 이때부터 이미 확정 버스타가 되는 사람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직 스코어를 낮게 유지했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는 게, 10, 11, 12라는 엄청난 숫자가 게임에 남아 있기 때문에 후반 작업을 잘 하지 않으면 삽시간에 버스트 당하기 부지기수고요.
라운드 시작 시에는 누가 어느 칩을 가졌는지 알 수 없지만, 애초에 칩 개수가 적고 나 빼고 두 명밖에 없어서 칩의 흐름을 읽고 기억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내 행동에 따른 플레이어의 행동까지 예측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누군가 손쉽게 21 이하를 유지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고, 내가 21 이하로 승리할지 아니면 전원 버스트에서 최고 숫자로 승리할지 잘 고민해야 합니다. 전원 버스트를 노릴 때 너무 큰 숫자를 독차지하면 다른 플레이어가 21 이하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하고요.
단점은 가끔 '내 선택이 나를 이기게 해주진 못하지만 다른 두 사람 중 누가 이길지 정할 수 있는', 킹메이킹 상황이 나온다는 건데... 제 경험에서는 킹메이킹 당하는 상황이 불쾌한 적은 없었네요. 애초에 처음 패가 분배된 뒤로는 랜덤 요소가 없다보니, 킹메이킹 당하는 상황이 아닌 확실한 승리를 만드는 방법이 존재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고요.
굉장히 적은 구성물과 간단한 규칙으로 훌륭한 재미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말 높이 평가하는 게임입니다. '올해의 간단한 게임상'을 준다면 이 게임이 1위, 「훈트」가 2위일 거에요.
「인사이드 잡 (Inside Job)」
플레이 횟수 : 기본규칙 3인플 1회
트릭테이킹은 좋아하지만 마피아게임은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라 플레이 전에 반신반의했고, 플레이해본 뒤에는 확실히 취향도 아니고 아쉬운 부분도 있어서 구매하지 않기로 결심할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트릭테이킹 게임은 내 핸드를 받는 순간부터 사용 순서 같은 걸 계획하는 재미도 있는데, 매 트릭마다 미션이 돌다보니 계획보단 즉흥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거에서 1차적으로 의아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즉흥적인 상황 판단의 재미가 좋냐 하면... 이 트릭을 누가 이기는 게 좋은지 모호한 상황에서 다른 플레이어와의 요원/범인 심리전이 작용하는데, 이게 라운드가 끝나야 내 선택의 결과를 인지할 수 있다보니 라운드 중간에는 좀 밍밍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저희 멤버가 입터는 스타일의 멤버가 아니라 그럴지도요?)
트릭테이킹 본연의 재미보다는 마피아게임에서 발생하는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이 더 중요한 게임인 것 같은데, 저는 멤버들 취향도 마피아게임과는 거리가 있고, 인원수도 매우 적은 3인플이라서 그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던 게 아닐까 싶네요. 저의 주 플레이 인원은 2-4인이고 3인일 때가 많아서 3인플 재미가 미묘했던 게 구매를 포기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트릭테이킹은 이 게임의 재미가 아닌 수단이고, 마피아게임 요소를 이 게임의 본질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 미우바우 (Oh! Meow Bow)」
플레이 횟수 - 4인플 1회
패를 빨리 털면 이기고, 팬에 남은 카드에 따라 감점이 발생하는 패털기 게임입니다.
카드를 내는 규칙은 클라이밍 방식을 따르지만, 단순히 더 강한 패를 내는 게 전부가 아니라 앞 사람이 낸 조합에 내 카드를 붙이는 것도 가능해서, 손에 남은 낱패를 의외의 상황에서 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같은 핸드여도 조합할 카드와 남길 카드를 고민하는 재미, 다른 플레이어의 카드를 예측하고 카운팅하는 재미면에서 다른 카드게임과는 다른 독특한 재미를 갖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 전에 할인해서 판매할 때 역시 구매했어야 하나...싶군요.
「텐 메이크 (Make10)」
플레이 횟수 - 4인플 1회
마작류 게임 안 좋아해서 마작 비슷한 규칙인 거 보고 기대를 내려놓았고, 내려놓은 기대보다 더 재미가 없었습니다. 상대방이 뭘 노리는지는 보이지만 내가 그걸 안 내준다고 내가 이기는 건 아니니까요.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조합을 노리기도 쉽지 않네요. 라운드를 지거나 심지어 독박을 써도 분하지 않고, 이겨도 즐겁지 않은 게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