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간단 리뷰'는 제가 최근에 플레이한 보드게임 중 새롭게 배운 게임이나 특별히 코멘트할 게 있는 게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리뷰해보는 게시물입니다. 읽으실 때 플레이 횟수가 적은 상태에서 게시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플레이 횟수가 특히 부족한 게임은 제 플레이 경험 폭을 적어놓았습니다.




「트리스메기스투스 (Trismegistus)」
플레이 경험 : 2인플 1회 / 1, 3, 4인플 수회
연금술을 판타지적인 과학으로 해석하여, 플레이어들이 다양한 연금술/과학 실험을 진행하는 테마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매 라운드 주사위 세 개를 가져오고, 주사위에 충전된 액션 포인트를 소모하여 다양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금속을 변환하고, 적절한 금속으로 적절한 실험을 하고, 실험에 필요한 카드를 가져오거나 변환 시 보상을 주는 도구 등을 얻어오기도 합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실험을 많이 하고 서재에 책을 많이 꽂아넣는 게 목표이고, 그 과정을 플레이어마다 조금씩 다르게 가져가는 게임입니다. 따라서 엄청난 비대칭성을 제공하는 게임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주사위나 카드가 주는 무작위 상태라는 퍼즐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고, 퍼즐을 푸는 과정에서 한 턴에 주요/보조 행동을 통해 굉장한 콤보를 터뜨리는 감각이 기분 좋은 게임이고요.
플레이어간의 상호작용은 선점 요소 정도이고, 플레이어 수가 많아진다고 주사위를 더 많이 주는 건 아니라서 풍족해지는 느낌은 덜합니다. 다만 인원수가 많아지면 카드/도구를 플레이어들이 많이 가져가는데, 실험 카드는 워낙 다양하다보니 나에게 딱 맞는 실험 카드를 만날 가능성은 3, 4인플일 때 더 높아지는 편이고요. (물론 사람이 많아지면 다운타임이 길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는 최적 인원을 3인이라 생각하는 쪽입니다. 2인플은 카드/도구의 순환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아서 퍼즐의 난이도가 높아지는 느낌이고, 4인플은 복잡한 퍼즐을 풀어내야 하는 게임 특성상 다운타임이 심한 편이에요.
규칙서가 모호한 부분이 다소 있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다행히 이 부분은 보드피아가 내용을 취합하여 올려준다고 해서 기다리면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지만... 단점은 단점이죠.
모듈의 경우 1번인 '배터리 모듈'은 이러한 콤보 위주의 전략 게임이 익숙하다면 처음부터 넣어도 되지만, 다운타임이 심한 파티라면 적어도 첫플에서는 피해도 되는 모듈이라고 생각합니다. 2번인 '이벤트 타일' 모듈은 경제적 풍요를 추가하는 모듈이라서 바로 넣어도 좋고 특히 4인플에선 넣는 쪽이 더 경험이 좋았습니다. 3번인 '전문 연구 보드'는 선점 경쟁을 강화하는 모듈로, 게임 중 꾸준히 모아서 점수화하는 연구 심볼을 초반에 경제력으로 바꿀 수 있는 모듈이라서 독특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올해 1~4월에 새롭게 만난 게임들에 대해서 되돌아보면, 완성도 이전에 저 개인의 만족도는 가장 높은 게임이었습니다.
p.s. 확장은 사놓고 개봉 노플인데... 규칙서만 봐도... 앞으로 계속 개봉 노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ㅎㅎ..

「라크리모사 (Lacrimosa)」
플레이 경험 : 3인플 1회
가벼운 덱빌딩 요소에, 각 카드를 하나는 상단, 하나는 하단으로 사용하여 이번 차례의 행동과 이번 라운드 끝에 받을 추가 자원을 정하는 게임입니다.
게임 중엔 '완패해서 재미가 없는 게임'도 간혹 있습니다만, 좋은 게임은 석패건 완패건 재밌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보다 더 슬픈 건 '좋은 승부 끝에 이겼는데도 재미없는 게임'인데... 저에겐 「라크리모사」가 그랬네요. 뭔가 좀 게임의 재미 요소가 하나 정도 비어 있는 느낌...?
다소 에러플이 있었기에 에러플 없이 다시 해보고 싶기는 합니다. 하지만 심각한 에러플은 아니었던지라, 에러플이 없다면 재밌을 거라는 생각보다는, '에러플 없는 플레이를 못해본 게임이라니!!'라는 이유가 더 크다는 점도 좀 슬프네요.


「나이시 (Naishi)」
플레이 경험 : 1회
2인 전용 셋 컬렉션 카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공개 5장, 비공개 5장으로 이루어잔 5x2 배치의 열 장의 카드를 통해 점수를 내야 합니다. 카드의 위치나 수량, 인접 카드 등에 따라 다양한 점수 계산을 제공하는 카드들이 있습니다. 정해진 카드풀 안에서 상대가 비공개 카드를 어떻게 모으고 있는지 추측하고 더 효율적으로 점수를 낼 방법을 궁리해야 합니다.
괜찮은 2인용 신작 게임을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좋은 게임입니다.


「스퀘어 원 (Square One)」
플레이 경험 : 2인플 1회
「프로젝트 L」 회사의 신작입니다. 마스터 행동을 통해 여러 퍼즐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원초적 재미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프로젝트 L」과는 다른 재미를 주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프로젝트 L」은 소위 테트리스라 하는, 도형 퍼즐 요소가 있기에 각 퍼즐 타일을 푸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스퀘어 원」은 각 타일이 요구하는 자원이 정해져 있어서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모으고 치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원을 정확히 준비하는 재미가 「잊혀진 유적의 아르낙」과 약간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프로젝트 L」이 더 대중적이고, 「스퀘어 원」은 좀 더 유로게임스럽다는 게 제 첫인상이었습니다.
컬렉터스 에디션을 펀딩 때 못 들어간 게 한인데, 컬렉터 에디션 판매가 재개되면 아마도 구입하지 않을까 합니다.



「오를로이 - 프라하 천문시계 (Orloj: The Prague Astronomical Clock)」
플레이 경험 : 3인플 수회, 4인플 1회
론델 방식을 다소 너그럽게 변형한 전략 게임입니다. 론델이라고 해도 약간의 자원 투입만으로도 행동 선택의 자유가 있는 편이고, 자원 자체를 여유롭게 주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턴'이라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고민에만 집중하면 되는 느낌이라서 보기보다 편안한 게임이기도 하고요.
초플 이후 너무 호들갑떨면서 게임을 고평가한 건 아닌가 걱정도 있었는데, 한국어판 발매 후 플레이 경험이 쌓이니 제가 초플에서 느낀 만족감은 틀리지 않았구나 확신할 수 있었네요.
망치와 사도의 두 축이 점수 요소이고 망치가 더 좋은 거 아닌가 싶다가도, 플레이 멤버와 그 성향이 달라지만 확연히 플레이 경험이 달라져서, 다시 플레이해도 여전히 재밌고 새로운 느낌도 드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네요.


「해녀 - Sea Diver of Jeju」
플레이 경험 : 3, 4, 5인플 수회
눈치 싸움을 통한 독점 / 분할 / 꽝이라는 원초적 재미를 살리고, 플레이어 사이의 상호작용은 불쾌하지 않게 잘 정돈된 좋은 파티 게임입니다.
배우는 데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서로 웃고 떠들 요소를 게임 중 여러 번 만들어주고, 도파민과 눈치싸움도 밀도 있게 진행되고요.
3, 4, 5인플 모두 즐거웠고, 인원수에 따라 재미가 크게 달라진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1라운드 선 플레이어는 거북알 2개를 첫 턴에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서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러한 유리함을 역이용해서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눈치 게임 장르라 그런지 그 부분이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았네요.
올해 1~4월에 배운 가벼운 게임 중 원탑으로 뽑고 싶습니다.


「솔트피오르드 (Saltfjord)」
플레이 경험 : 3, 4인플 수회 / 1인플 1회
「산타 마리아」의 리메이크 작품으로, 주사위를 가져와 개인판의 행 또는 열을 활성화시키는 게임입니다. 이러한 행동을 강화하기 위해 플레이어는 기술을 배우거나, 건물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산타 마리아」의 여러 요소를 통합하거나 쳐내면서 게임이 약간 더 쉬워졌습니다. 트랙을 전진시킨 뒤에도 기술을 뭘 배울지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나, 다른 플레이어보다 더 많이 전진해야 주사위를 더 많이 쓰는 부분등이 간소화되거나 다른 요소와 통합되었어요.
덕분에 전략 게임 입문작으로도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게 되었으면서도, 동시에 전략 게이머들이 만족할만한 전략적 선택지도 남아 있는 균형이 잡혀 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낚시가 너무 안전하게 이득을 보는 행동이라서 플레이어들이 낚시 행동을 두고 어느 정도 경쟁을 해야 합니다. 4인플일 때는 낚시 토큰 수량 문제로 이 부분이 충분히 해소되지만, 3인플일 때 낚시를 한 명만 가면 그 사람이 너무 큰 이득을 보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플레이어의 개인 컬러를 표시할 수단을 안 넣어줘서 패스 마커를 규칙과 다르게 활용해야 개인의 색깔이 확인 가능한 점이 아쉽습니다. 주사위를 놓는 판은 앞뒷면 선택지 때문에 개인 색을 표시할 수 없다지만, 또다른 개인판인 자원판은 플레이어 색깔을 넣어줘도 됐을 텐데 말이죠.
좋아하는 게임이고 좋은 점도 많은 게임인데, 그래서 단점도 더 많이 보게 되는 거겠죠? 저에게는 좋지만 아쉬운, 아쉽지만 좋은 그런 게임입니다 ㅎㅎ


「베일 오브 이터니티 (Vale of Eternity)」
플레이 경험 : 4인플 1회
전부터 좋은 평은 많이 들었지만 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해볼 기회를 얻어서 해봤습니다. 결과는 대만족.
플레이어들은 라운드마다 스네이크 드래프트 방식으로 카드 두 장을 선택합니다. 선택한 두 장의 카드는 판매하여 돈을 벌거나, 손으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에 든 카드를 플레이하거나 기존에 내려놓은 카드를 돈을 내고 제거하거나 하면 차례 끝.
다양한 카드를 사용하는 재미를 주는 게임은 카드의 재미와 게임의 복잡함/명료함이 양날의 검인 경우가 많은데, 「베일 오브 이터니티」는 게임의 구조가 간단하고 명료함에도 카드의 사용 여부나 순서, 조합에 따라서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재미도 충분히 살린 수작이었습니다.
약간의 깊이가 더해진 패밀리 전략 게임 혹은 카드의 효과를 활용하는 게임을 찾으시는 분께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저도 모임에서 당분간 기회가 올 때마다 꺼내서 해보고 싶고, 구입까지도 고민될 정도로 만족했네요.


「1889 시코쿠 (1889 Shikoku)」
플레이 경험 : 3인플 1회
「Age of Steam」은 좋아하지만 18xx 시리즈는 「18릴리퍼트」 2회 외에는 플레이 경험이 없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닿아서 「1899 Shikoku」를 초회차 세 명이 모여서 3인플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입문용 18의 교과서'라는 평가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많던데, 확실히 룰마가 중심을 잘 잡아주면 보기보단 쉬운 게임이었네요. 회사를 설립하고, 선로를 효율적으로 깔고, 주식 구매/판매 전략을 세우는 재미가 어떤 건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에러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8xx 시리즈의 매력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고, 왜 마니아가 많은지도 알 수 있는 경험이었네요.
규칙서가 친절하고 자세하게 써있는 점도 호감 요소였습니다.
덕분에 선주문 넣어둔 「잊혀진 대륙의 철도들」에 대한 기대감도 수직상승했습니다.


「1899 대한」
플레이 경험 : 4인플 1회
기세를 몰아, 같은 주 주말에 아지트에 있는 「1899 대한」을 도전자를 모아서 해볼 수 있었습니다.
첫인상은 '「1889 시코쿠」를 해봐서 다행이지, 18xx 시리즈를 이 게임 규칙서로 처음 접했다면 좀 당황스러웠겠다.'였습니다. 「잊혀진 대륙의 철도들」도 그렇고, 18xx 시리즈가 규칙서가 아쉬운 경우가 더 일반적인 걸까요...?
'특실'과 자원 판매' 개념이 추가된 걸 제외하면 플레이 경험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 두 가지가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다보니, 두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 「1889 시코쿠」가 더 배우기 좋지 않나..라는 느낌이었네요. (18xx 고수분들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뭔가 재밌긴 한데 「1889 시코쿠」 만큼 만족스럽진 않은... 느낌도 좀 있네요 ㅎㅎ

「플립툰즈 (FlipToons)」
플레이 경험 : 4인플 1회
플레이어들은 동시에 자기 덱에서 여섯 장의 카드를 3x2로 열어서 배치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카드를 뒤집거나, 다른 카드에 쌓이거나, 카드 열 바깥으로 이동하거나, 특정 위치에 등장하면 더 강해지는 카드도 있습니다.
이렇게 오픈한 카드들이 제공하는 포인트를 활용하여 시작 플레이어부터 돌아가면서 카드를 구매하거나 카드를 덱에서 방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덱빌딩을 진행하여 누군가 30 포인트를 한 번에 만들면 게임 종료가 트리거되고, 다음 라운드에 가장 높은 포인트를 만든 플레이어가 승리하게 됩니다.
덱빌딩 게임이 덱을 셔플하고 플레이하는 과정이 번거로울 때가 있는데, 「플립툰즈」는 플레이어가 일반적으로는 10장 이하의 작은 덱만 운용하고, 플레이 방법을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무작위로 여섯 장을 일단 배치해버리기 때문에 플레이 흐름이 아주 빠르고 쾌적합니다. 총 플레이 시간이 30분을 넘지 않으면서도 덱빌딩의 재미나, 카드의 효과가 대박이 날 때의 도파민도 살아 있고요.
호평은 들었지만 어떤 게임인지는 몰랐는데 해보니 아주 만족스러워서, 한국어판이 발매되면 바로 구매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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