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간단 리뷰'는 제가 최근에 플레이한 보드게임 중 새롭게 배운 게임이나 특별히 코멘트할 게 있는 게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리뷰해보는 게시물입니다. 읽으실 때 플레이 횟수가 적은 상태에서 게시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플레이 횟수가 특히 부족한 게임은 제 플레이 경험 폭을 적어놓았습니다.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 : 허브 마녀 (The Quacks of Quedlinburg: The Herb Witches)」

-2인플 위주 수회플

 

 

  (검정 포함) 기존 재료의 5, 6권 추가, 새로운 재료인 홍성목 추가, 게임 중 단 한 번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허브 마녀가 추가된 확장입니다.

 

  기존 재료의 5, 6권이 추가된 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단 점에서 환영할만한 컨텐츠 추가입니다. 가치 6짜리 호박이 생긴 것도 맘에 들고요. 무엇보다 좋은 건 성능이 고정이었던 검정 재료도 새로운 효과가 두 개 추가되었다는 점이겠네요.

 

  홍성목은 효과가 두 종류밖에 없고, 둘 다 고정된 가치가 아닌 게임 상황에 따라 변화되는 가치를 지닌 재료입니다.

 

  허브 마녀는 항상 세 명이 등장하며, 플레이어들은 각 마녀에게 게임 중 단 한 번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게임 시작할 때 모두 공개되므로 허브 마녀의 보너스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노림으로써 기본판보다 점수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저는 허브 마녀를 추가한 뒤로는 개인판의 앞면은 솥이 너무 짧다고 느껴져서, 뒷면을 사용하고 물방울을 솥보다는 트랙에 사용하는 걸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도 솥을 다 돌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확장에서 새롭게 추가된 요소들은 대부분 기존 게임을 복잡하게 합니다. 그래서 기존판의 간단함이 좋았던 분에게는 번잡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게임에 거부감이 없으면서 기본판도 재밌게 즐기신 분이라면 더욱 풍부해진 전략적 선택지에 크게 만족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겟 패킹 (Get Packing)」

- 1회플

 

 

  여행을 가기 위해서 짐을 싼다는 컨셉의 퍼즐 게임입니다.

 

  가방은 퍼즐이 2층으로 들어갈 정도의 깊이이며 몇몇 퍼즐 조각은 2층 높이가 있기는 합니다만, 입체감을 살리는 퍼즐보다는 칠교놀이형 퍼즐에 가깝습니다. 컨셉은 좋았으나 퍼즐의 새로운 면은 부족해서 기대한 것에 비해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브라질 : 임페리얼 (Brazil : Imperial)」

-4인플 1회

 

 

  진행방식이 많이 간단해진 4X 게임입니다. 문명 장르의 게임이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은 「사이드」와 비슷합니다. 몇 가지 액션을 돌아가면서 선택하고, 해당 액션에는 부가액션이 달려 있고 이를 강화할 수도 있죠.

 

  플레이 타임이 긴 것에 비하면 게임의 진행방식은 간단합니다. 기억해야 하는 규칙도 많지 않고요.   한국어 4X 게임이 선택지가 넓지 않은데, 어렵지 않으면서도 4X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플레이는 해볼만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번뿐인 부족한 경험이고, 액션의 선택과 조합도 중요하지만, 운과 정치도 상당히 중요한 게임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취향 문제로 구입하지 않기로 정한 게임이네요.

 

 

 

 

 

「마라카이보 (Maracaibo)」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등으로 유명한 Alexander Pfister의 전략 게임입니다. 플레이어의 배가 항로를 따라서 여러 지역을 방문하고 방문한 지역에서 액션을 수행합니다. 자신의 배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돈과 점수를 얻기도 하고, 열강 세력과 협력하여 우호도를 쌓기도 하고, 카드를 내려놓아 생산력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액션을 할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항로를 한 바퀴 돌면 한 라운드를 마무리하게 되고, 네 라운드를 플레이한 뒤 점수가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재밌을만한 요소는 이것저것 섞여 있습니다. 다양한 액션, 다양한 업그레이드, 카드를 통한 태블루 빌딩, 열강과의 선호도를 통한 영향력 요소. 이 요소들 중 어느 하나가 특별히 뒤쳐지거나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고요. 랜덤하게 정해지는 도시 액션의 효과, 다른 플레이어의 항해 속도에 따른 흐름의 변화를 읽는 것도 재밌고요.

 

  게임에 변화를 주어 색다름을 느끼게 하는 유인요소도 풍부합니다. 일반 게임의 세팅을 설명하는 카드가 세 종류가 있고, 만약 보다 점진적인 변화를 원한다면 캠페인 모드도 존재합니다. 캠페인 모드는 레거시 게임처럼 회복불가능한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플레이어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 요소를 포함하여 게임판이 점차 변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카드는 그 수가 매우 많습니다. 게임에 반드시 포함되는 기본 카드가 있고, 일부가 랜덤하게 기본 카드에 섞여 들어가는 추가 카드가 (매우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두세 게임만으로는 모든 카드를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카드의 효과는 대부분은 간단한 편이고, 이름이 같고 효과는 미세한 차이만 있을 뿐 같은 계통인 카드가 여러 장 있는 게 다수입니다. 「테라포밍 마스」처럼 엄청나게 다양한 카드가 있거나 「아컴 호러 : 카드게임」의 조우 카드처럼 카드 덱의 흐름/테마를 읽는 재미까지 주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이건 비교대상이 카드가 게임의 중심이고 압도적인 경우일 뿐, 「마라카이보」도 절대 부족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카드를 제공합니다. 카드가 다양해야 하고 덱이 고정되지 않은(혹은 거의 그 수준으로 카드가 많은) 쪽에 흥미를 느끼는 분에게는 충분히 합격점이 되리라 봅니다.

 

  열강의 큐브 개수 관련 인터페이스는 매우 아쉽습니다. 게임 중 세 열강의 큐브가 게임판에 몇 개나 올라가 있는지, 누가 많고 누가 적은지 확인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때그때 게임판 곳곳에 있는 3색의 큐브 개수를 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공급처에 남은 큐브 수를 비교하기에는, 공급처를 떠난 큐브가 게임보드에서도 떠나는 경우가 있고요. 플레이어가 많을 수록 게임 중 더 자주 발생하는 일인데 인터페이스가 불편한 게 제가 느낀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이네요.

 

  객관적인 단점이라기보단 취향에 따라 큰 단점이 될 요소가 하나 있긴 합니다. 게임 중 얻게 되는 점수 중 열강과의 우호도를 통해 얻는 점수가 다른 점수와 비교하여 매우 크다는 겁니다. 그래서 열강 세력에 관련된 액션들의 중요도가 높고, 거기에 어떤 점수 요소를 덧붙이느냐가 전략의 주가 됩니다. 이처럼 주요소가 정해져 있고 다른 건 부요소가 되는 모양새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Alexander Pfister의 게임, 더 나아가 복잡한 유로 전략 게임을 좋아한다면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아컴 호러 카드게임 : Edge of the Earth Campaign Expansion」

-2조사자 보통 난이도 1회

 

*중요한 스포일러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주 사소한 정보도 모르고 싶은 분은 주의해주세요.

 

 

 

  소설 「광기의 산맥」을 매우 좋아해서 남극을 배경으로 한 이번 캠페인은 기대가 컸고, 결과적으로 기대 이상으로 만족한 캠페인입니다.

 

  한 번에 캠페인이 모두 발매되는 걸 이용하여 기존 캠페인과는 구성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캠페인 성취도 및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4~10 시나리오를 진행하게 됩니다. 아예 플레이하는 시나리오가 달라지는 갈래길이 있는 구조는 아니고, 선형적인 시나리오 중 일부 시나리오를 생략하고 넘어가거나, 메인 스토리에서 살짝 벗어난 독립 시나리오 비슷한 느낌의 시나리오가 메인 스토리 사이사이에 껴들어가는 형식입니다.

  저는 시나리오 분기에 따라 아예 플레이하지 못하는 시나리오가 생기는 식을 기대했기에 좀 아쉬운 방식이었지만, 기대와 달랐을 뿐 기존에 캠페인을 진행하는 방식이랑 비슷한 느낌이 들기에 점진적으로 여러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난이도는 매우 쉬웠습니다. 아무래도 극단적으로 짧으면 4시나리오만에 게임이 끝나다보니 후반부 난이도를 약간 낮게 잡은 것 같아요. 그리고 스토리상 함께하는 탐사대원들이 성능도 좋고 시작할 때부터 플레이 영역에 들어온 상태로 시작해서 자기 덱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탐사대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난이도 하락에 큰 도움을 주고요.

  캠페인이 전반적으로 경험치가 적은 편 아닌데 시나리오 수도 많다보니 업그레이드도 꽤 많이 할 수 있었네요. 특히 제 경우 두 조사자 모두 '카론의 은화'와 '불가사의한 연구'를 채용했더니 게임이 끝날 땐 두 조사자 모두 엄청난 경험치가...

 

  이러한 낮은 난이도 및 유저 친화적인 요소 때문에 해외 유튜버 중에서는 "'던위치의 유산'이 아닌 캠페인 중 초보자가 처음 플레이하기에 가장 좋은 캠페인을 하나 고르라면 이걸 고르겠다."는 의견이 있던데 저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난이도가 '던위치의 유산'과 비슷하거나 '던위치의 유산'보다 어렵고 '카르코사로 가는 길'보다 쉽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캠페인의 고유한 기믹인 추위 토큰은 게임 중 여러 가지 상황에서 늘어나거나 줄어들게 됩니다. 규칙만 봤을 때는 매우 불쾌한 시스템일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토큰을 처리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고  냉기 토큰을 연속 두 개 뽑아서 실패하는 일도 생각보다 적었네요.

 

  덱에 들어갔다가 한 번 뽑혀서 폭로 효과를 적용하고 나면 덱에서 사라지는 테켈리-리 시스템도 재밌었습니다. 이 테켈리-리를 활용하는 조우들도 흥미로웠고요.

  랜덤하게 뽑아야 하는 캠페인 고유 카드가 조사자 덱에 출입하는 일도 잦아서, 덱은 각자 짜오고 캠페인은 공동 소유로 진행하는 분들은 좀 불편해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스포일러는 할 수 없지만, 마지막 시나리오의 기믹? 연출?은 지금까지 플레이한 마지막 시나리오 중 가장 좋았네요.

 

 

  스토리는... 영어로 플레이하느라 100퍼센트 이해하진 못했지만, 생존이 막막한 남극의 분위기가 잘 느껴지는 건 확실했네요. 스토리의 풍미는 '잊힌 시대'와 비슷합니다. (물론 시스템은 이쪽이 훨씬 낫습니다.)

  텍스트는 정말정말 많습니다. 탐사대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의 수가 정말 많고, 영어라서 읽는 데 오래 걸렸다고 해도, 일단 기존의 다른 캠페인보다 양이 훨씬 많은 건 확실해요.

 

 

  정말 만족도가 높았던 시나리오여서 어서 한국어판으로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제가 느낀 캠페인별 만족도를 높은 것부터 낮은 것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카르코사로 가는 길 = Edge of the Earth

끝맺지 못한 의식

(모 시나리오를 제거한) 잊힌 시대

던위치의 유산

(모 시나리오를 포함한) 잊힌 시대

광신도의 밤

 

 

 

 

 

 

「아컴 호러 카드게임 : The Curse of Rougarou)」

-2조사자 보통 난이도 1회

 

 

  'Edge of the Earth' 캠페인을 끝낸 후 마치 독립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것처럼 토큰 풀을 조정하여 플레이하였습니다.

 

   독립 시나리오 모드에서는 숫자 토큰이 -6까지 들어가는 걸 보고 난이도가 높은 시나리오라 생각하고 (남극에서 살아돌아온 조사자, 라는 느낌도 줄 겸) 캠페인을 끝낸 조사자를 데리고 갔습니다. 근데 토큰만 화려하니, 조우 카드나 시나리오 구성은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조사자 덱이 경험치가 빵빵고 강력하다보니 굉장히 싱겁게 끝났습니다.

 

  카드 퀄리티는 알고서 산 거니까 불만은 없지만, 컨텐츠 구성면에서도 아쉬움이 큰 시나리오네요. '엑셀시어 호텔 살인사건'이 괜히 최고의 독립 시나리오라 평가받는 게 아님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Posted by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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