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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말에 스테판 펠트 작가의 작년작품 「시볼루션(Civolution)」을 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첫판에서 느낀 소감 약간과 함께 게임 소개를 해보고자 오랜만에 게임 후기 글을 써보네요.

 

 

  귀찮은 분을 위한 한 줄 요약 - 한국어판 나오면 바로 삽니다.

 

 

https://boardgamegeek.com/image/8460194/civolution

 

게임의 전체적인 소개

 

 

  플레이어들은 신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견습 신으로, 이제 자신의 부족민들의 문명을 발전시키며 다른 신들과 점수 경쟁을 해야 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군요.)

 

  제가 이 게임을 가장 짧게 정의하자면 저는 '3x 게임'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문명류 게임에서 자주 같이 따라오는 단어인 4x는 eXploration(탐험), eXpansion(확장), eXploitation(개발), eXtermination(섬멸)을 의미하는데(출처 : 나무위키), 「시볼루션」의 경우에서는 섬멸에 해당하는 전투적인 요소가 사실상 없어서요. 저는 문명 테마의 게임을 하더라도 거기에 나오는 전투/충돌에 관한 요소는 좀 별로인 경우가 많은지라, 발전과 내정에 집중하는 「시볼루션」은 시작부터 큰 호감이었습니다.

 

  작가가 '스테판 펠트'라는 점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이 게임은 대규모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거나 보드게임 「문명」처럼 테마적인 면이 강하진 않고, 3x 요소에 포인트 샐러드 요소를 섞은 유로 게임의 향취가 물씬 풍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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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전체적인 흐름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 방식을 굳~이 작가의 기존작 중 하나와 비교한다면 「버건디의 성」과 유사한 부분'도' 있습니다. 주사위를 굴리고, 주사위 눈금에 영향을 받는 액션을 하고, 주사위를 조정할 수 있는 장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굳~이 비슷한 점을 고른 거라서, 플레이 감각은 비슷한 부분보단 다른 부분이 더 많으며 「버건디의 성」의 플레이 경험이 도움을 주는 부분도 많지 않았습니다. 

 

 

  게임은 총 4라운드를 진행하며, 한 라운드는 8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라운드 중 1~3단계는 라운드 준비 단계, 4단계가 플레이어 행동 단계, 5~8 단계가 각종 이벤트/득점/수익 발생 및 다음 라운드를 위한 정리 단계의 느낌이라서 게임의 대부분의 시간은 4단계에서 보내게 됩니다.

 

 

  4단계에는 플레이어들이 (마치 '아그리콜라'처럼) 여러 번의 차례를 가지게 되고, 자기 차례가 되면 다음 둘 중 하나를 하게 됩니다.

A) 아직 사용하지 않은 주사위를 2개 선택하여 행동 하나 하기

B) (미사용 주사위가 0~3개라면) 사용한 주사위를 재굴림하여 사용하지 않은 주사위를 보충하기

 

  위와 같이 플레이어가 사용한 주사위를 다시 굴리는 건 자동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재굴림은 자기 차례에 행동을 하는 대신에 하는 선택지에요. 게다가 게임 중 각자의 주사위 개수가 달라지기도 하고, 아직 사용하지 않은 주사위가 약간 남았더라도 재굴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어들이 주사위를 재굴림하는 타이밍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이 게임의 진행 구조에 있어서 '버건디의 성'과 가장 크게 다른 점입니다.

 

 

  행동 단계는 이번 라운드에 플레이어들이 재굴림을 한 횟수의 합계가 플레이어 수가 일정량 이상이 될 때까지 진행합니다. 그래도 행동 단계 종료 조건이 달성된다고 곧바로 행동 단계가 끝나는 게 아니라 추가로 한 바퀴 더 돌고 마지막 플레이어까지 차례를 보장해줍니다.

 

 

  처음에 규칙서를 읽을 때는 어차피 주사위를 다 써야 재굴림을 할 텐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했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플레이어마다 (적은 양이지만) 추가 주사위를 얻은 플레이어가 있어서 주사위의 개수가 다를 수 있고, 또 아직 사용하지 않은 주사위가 0~3개일 때 재굴림을 하는 게 가능하기에, 재굴림 타이밍의 경우 1라운드 정도를 제외하면 각자 차이가 있더군요. 게다가 재굴림이 행동 단계의 종료 시점에 연관되니 다른 플레이어의 재굴림을 예측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고요.

 

  마지막 플레이어까지 한 뒤에 행동 단계가 종료되고, 플레이어가 주사위를 다른 사람보다 많이 늘리기 어려운 편이라서, 지나치게 비효율적으로 자꾸 재굴림을 자꾸 하는 게 아닌 이상에는 플레이어들이 한 라운드에 할 수 있는 행동 횟수에 불균형이 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게임 전체로 봐도 차이가 크지 않고요. 즉, 플레이어들이 하는 행동의 수는 사실상 비슷하니, 한 행의 밀도를 높이고 다양한 행동이 잘 연계되게 하는 것이 연계를 촘촘히 하는 게 더 중요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건 '버건디의 성'과 비슷한 점이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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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단계의 흐름, 게임의 재미 요소들

 

  플레이어가 행동을 할 때, 미사용 주사위 중 2개를 선택하여 한 번에 사용합니다. 행동은 주사위 2개의 눈금 조합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고요. 따라서 주사위 눈금 조합에 따른 6H2 = 21가지, 여기에 조합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종의 최저치 보장 액션까지 22가지의 행동이 존재합니다. (실제로는 조합 중 여섯 가지는 사실상 같은 액션이라서, 실제로 배워야 하는 액션은 약 17종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행동들을 통해 자신의 부족원을 늘리거나, 부족원을 다른 땅으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아직 개척되지 않은 땅에서 지금까지 어떤 문명도 발견한 적 없는 새로운 자원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대륙 곳곳으로 퍼진 자신의 부족원을 통해 자원을 생산하고 수확하거나, 독특한 효과를 가진 특별한 장소를 발견하거나, 건물을 짓거나, 사냥을 통해 식량을 비축하기도 합니다.

 

  부족원을 통해 비축한 자원을 팔아서 다른 자원을 사오거나, 다양한 발명과 발견을 표현하는 카드를 내려놓는 비용을 지불하고, 카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보너스, 점수, 효과, 수익 증가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각종 유티리티 행동도 준비되어 있어서, 주사위 조정에 필요한 자원, 와일드 주사위 같은 자원, 목표 타일 달성 등도 가능하고요.

 

 

  플레이어가 받을 수 있는 보너스 중에서는 액션의 레벨을 높이는 것도 있습니다. 15가지 행동은 처음엔 1레벨로 기본적인 행동만 제공하지만, 게임 중 최대 3레벨까지 올릴 수 있어요. 3레벨이 되면 1레벨과 비교해서 2배 이상의 효율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테라포밍 마스'처럼 엄청난 수는 아닐지라도) 적지 않은 수의 카드도 게임에 존재해서, 어떤 카드를 얻고 어떤 것을 언제 내려놓을지 고민하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저는 자원수급과 카드획득 쪽 투자를 거의 못해서 카드는 얼마 못 내려놓았습니다... ㅠㅠ)

 

  액션이 종류가 많아서 모든 액션의 레벨을 높일 순 없기에, 내가 어떤 액션을 강화하고 어떤 카드를 내려놓을지 고민하여 내 문명을 다른 플레이어의 문명과 차별화시키는 재미가 상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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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 난이도, 복잡도, 플레이 타임

 

 

  룰의 양은 상당히 많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그 양의 상당수는 위에서 언급한 17종의 행동이 차지합니다. (이 행동들의 설명이 규칙서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각각의 행동의 규칙이 너무 복잡한 건 아닙니다. 그리고 게임에 동봉되는 요약표에도 각 행동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요. 그래서 정식 한국어판이 나온다면 (전략 게임 경험이 많은 분들에게는) 엄청나게 어려운 게임까지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각 행동이 한국어로 번역되면 직관적으로 어떤 역할인지 잘 다가올 거고, 요약표를 보는 데 들어가는 시간도 단축될 테니까요.

 

  행동/상황별로 익혀야 하는 잔룰의 양이나, 여러 룰이 복잡하게 얽히는 상황도 제 기준에서는 (룰의 총량에 비하여) 거의 없었습니다. 잔룰이 있더라도 그 방향성은 일관되어서 게임을 한 판만 해보면 익숙해질 수 있단 느낌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오딘을 위하여’를 익힐 수 있는 플레이어라면 이 게임도 충분히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룰마는 아니었지만 규칙서를 미리 읽어보고 룰마를 살짝 보조하면서 게임을 했는데, 제 기준에서는 「시볼루션」의 규칙서는 상당히 잘 써진 편입니다. 예시가 충분히 많고 설명도 명확하며, 규칙서 외에도 위에서 언급한 요약표 및 용어집도 잘 구성되어 있어요. 단지.. 페이지 자체가 많을 뿐....

 

 

 

  플레이 타임의 경우, 저는 전원 초회플이고 저와 룰마 두 명이 규칙서를 읽어본 반글화 버전으로 하여 세팅+설명+플레이가 5시간 20분 정도 걸렸습니다. 세팅+설명은 설명을 매~우 자세히 진행하여 1시간 정도 걸렸고, 플레이는 한 라운드에 약 한 시간 정도 걸렸네요.

 

  행동이 17종이라는 데서, 그리고 자신의 주사위들 중 2개를 조합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예상하셨겠지만, 선택지가 많은 게임에서 뭘 고를지 장고하는 타입의 플레이어가 있으면 플레이타임이 많이 늘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주사위 재굴림을 하기 전까지는 주사위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차례다 1~2번 있기 때문에, 재굴림 후 결과를 보고 자신의 주사위를 두 개씩 분할하여 2~3 차례를 미리 계획해야 할 때도 있고요.

 

  다행히, 플레이어들이 자기 행동을 미리 고민해놓는 습관이 되어 있다면 (3, 4인플일지라도) 다운타임을 꽤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행동 종류가 많다보니 앞 차례 플레이어의 행동에 상관 없이 하면 되는 행동도 꽤 많아서요.

 

 

  숙련되면서도 플레이 타임을 줄일 수 있는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초회플일 땐 다양한 행동을 익힐 시간도 필요하고, 행동들을 어떻게 연계할지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발매되면 구매 후 더 자세히 알아보는 걸로....

 

 

 

https://boardgamegeek.com/image/8462443/civolution

 

마무리

 

 

  저는 문명 테마나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을 그럭저럭 좋아하지만, 전투 관련 요소는 즐겁지 않거나 피곤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 글 서두에 4x 이야기를 해놓고도 제대로 비유하거나 설명하긴 했을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볼루션」은 문명 테마에서 전투 요소를 제외하고,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제가 좋아할만한 유로 게임의 맛을 살려놓은 느낌이라서, 첫 플임에도 너무나 마음에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제가 2025년에 새롭게 배운 게임의 수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만, 「시볼루션」은 그중 가장 재밌게 즐겼고, 보드피아에서 한국어판이 나오면 반드시 구입하리라고 마음먹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잡담

 

  재밌게도 규칙서에 테이블 크기에 관한 조언이 있습니다. 4인플에는 최소한 130cm x 90 cm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저는 4인플을 210cm x 90cm에서 진행했는데 각자 음료를 하나씩 올려놓고도 공간이 매우 넉넉했습니다.

 

 

  개인판은 듀얼 레이어로 되어 있고, 가로로 길쭉해서 반절 접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근데 오른쪽 절반이 행동에 관련된 공간입니다. 이 듀얼 레이어 칸들에는 행동 타일들이 놓이고 레벨을 올리면 뒤집거나 제거하여 인쇄된 3레벨을 보이게 하게 되고요. 게임을 보관할 때는 이곳에 1레벨 행동 타일을 보관할 수 있긴 한데, 게임 준비 중 잘못된 방향으로 보드를 펼치면 우수수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게임 상자에 트레이는 없는 대신 뚜껑을 포함한 종이상자가 정리용으로 들어 있습니다. 고급 오거나이저 수준은 아니지만 제 기준에서는 게임 정리에 큰 도움이 되는 편리한 구성품이었습니다. 종이 상자 중에는 카드 상자도 있고 디바이더와 함께 카드를 담을 수 있긴 한데, 슬리브 두께를 얼마까지 지원하는진 모르겠어요. (심지어 제가 본 건 한글화 카드를 끼워서 너무 두꺼워진 상태라...)

 

  게임 박스는 넓이는 평범한 정사각형인데 두께가 좀 있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타일 펀칭 보드를 버리고 나면 보관하려는 게 아니라면 박스 공간은 충분해 보였습니다.

 

 

 

 

p.s.

  제가 올해(어쩌면 작년 말? 아무튼 최근에) 배운 게임 중 현재 2위는 「Phoenix New Horizon」인데 이것도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라운드/차례 수가 극단적으로 적은 대신 각종 보너스를 잘 활용하는 재미를 살린 게임이란 점에서는 「백로성」과도 얼핏 비슷한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저는 (플레이 횟수가 꽤 많이 쌓아기도 한) 「백로성」을 중고로 내보내고 「Phoenix Nex Horizon」을 들여놓고 싶은데, 이게 게임 중 언어요소가 없어서 이걸 굳이 한국어판을 기다릴지 아니면 해구를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플레이한 지 두 달 정도 지났다보니 글을 따로 쓰기는 어려운 상태라서 제가 느낀 재미를 전달하기 어려운 게 너무 아쉽네요.

 

 

 

 

Posted by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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