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간단 리뷰'는 제가 최근에 플레이한 보드게임 중 새롭게 배운 게임이나 특별히 코멘트할 게 있는 게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리뷰해보는 게시물입니다. 읽으실 때 플레이 횟수가 적은 상태에서 게시물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플레이 횟수가 특히 부족한 게임은 제 플레이 경험 폭을 적어놓았습니다.
사진은 직접 찍거나 지인께서 찍어주셨으며, 별다른 코멘트가 없는 건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PC모드에서 사진을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타임 스토리즈 - 마담 (T.I.M.E Stories : Madame)」
플레이 횟수 - 1회, 기존 시리즈 모두 플레이.
팬들을 최고로 빡치게 하기 위해 성심성의껏 엿먹이는 확장입니다. 처음엔 재밌으나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할 줄 모르고 플레이어들이 재미를 잃다 못해 질려서 나가 떨어지게 만드는 스토리/시스템 구조, 플레이어에게 분명한 목표와 극복 가능한 시련을 주는 것이 아닌 클리어를 방해하는 게 목적인 듯한 각종 스토리/시스템 장치들, 화이트 싸이클의 마지막이라며 기존 시리즈를 플레이한 팬들의 기대감을 잔뜩 높이고 블루 싸이클에 대한 광고까지 한 후 내놓은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저질스러운 시리즈 연계 요소...
만약 누군가 지금이라도 「타임 스토리즈」를 시작하려 한다면 저는 일단 말린 다음, 그래도 플레이하려 하면 시리즈 연계 요소가 없는 단편 시나리오만 플레이하라고 할 것입니다.
제가 이 시리즈를 블루 싸이클에서도 계속 즐길지는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공룡섬 (Dinosaur Island)」
플레이 횟수 : 4회 (2인플 단기, 장기, 4인플 단기, 중기)
한정된 공개 선택지를 차례대로 하나씩 선택하여 획득/구입하고(공용보드 일꾼놓기 / 오픈 드래프트), 자신의 경영 단계에 그동안 모은 자원을 사용하여 준비한 일거리들을 소지 액션 포인트 및 액션칸을 써서 수행(개인보드 일꾼놓기)하기를 번갈아하는 구조가 큰 틀입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DNA 자료를 수집하고, 수집한 DNA 자료를 이용하여 공룡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고, 공원에 공룡 우리나 각종 어트랙션 등의 시설물을 설치하고, 공원 경영에 도움이 되는 각종 작업 환경 및 전문가를 확충하고, 마지막으로 멋진 공룡들을 만들어서 우리에 데려다 놓으면 멋진 공룡 동물원이 만들어집니다. (이하 '공룡원'이라 부르겠습니다.) 이제 고객을 불러 모아 입장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공원의 명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귀여운 공룡들이 탈출하여 고객들이 공룡 디너쇼의 음식 역할이 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공룡 동물원 경영'이라는 테마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하면서도, 그 요소들을 가능한 간단한 구조로 연결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저는 게임의 최종 평가를 내릴 때 테마는 가중치를 적게 둡니다만, 이 게임이 테마를 잘 살렸고 테마 덕분에 토대가 되는 룰을 쉽게 익힐 수가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 마냥 가벼운 건 아닙니다. 균형 잡힌 경영, 목표가 분명한 성장을 위해서는 자신의 공룡원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계속해서 이해/확인한 후 다른 플레이어의 동향도 파악해야 하는 전략성 역시 분명합니다. 게임 구조상 다른 플레이어와의 일차적인 경쟁이 일꾼놓기 등을 통한 선택지 선점 방식이니까요. 게임 시작 시 공개된 목표 카드 및 다른 플레이어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다른 플레이어가 승점의 기회를 먼저 가져가고 게임이 끝나는 타이밍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제 공원의 균형잡힌 성장과 특정 분야의 높은 수치를 요구하는 목표 카드를 위한 레이스 사이에서 매 라운드 고민하는 재미가 특히 좋았습니다.
다만, 전문가 카드 텍스트가 설명하는 혜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충분한 설명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불만입니다. 어디까지나 유로전략보다는 테마성 강한 패밀리 전략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기 때문에 참고 플레이하고는 있지만, 이 불명확한 카드 텍스트는 부정할 수 없는 가장 큰 단점입니다. 이게 긱 포럼 FAQ 등에도 제가 느낀 궁금증과 비슷한 질문이 많은 걸 보면 ALG의 번역 문제라기보단 원래부터 다양한 텍스트에 대한 세부 설명이 부족한 걸로 보입니다.
만약 테마가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스타일이시라면, 게임이 가진 묵직한 요소들이 테마 덕분에 한결 가볍게 느껴지고 덕분에 전략 게임임에도 손쉽게 접근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 저처럼 테마의 중요도가 낮은 분들도 경영 게임으로서의 재미가 잘 살아 있으니 한 번쯤은 꼭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바크 사이드 (The Bark Side)」
플레이 횟수 : 4, 5인플 다수
「어느쪽의 시말쇼」의 리메이크라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시말쇼는 해본 적이 없어서 「다섯 개의 오이」가 먼저 생각났습니다. 「바크 사이드」도 다섯 개의 오이처럼 각 라운드 마지막에 사용하는 카드가 가장 높은 플레이어가 감점을 받게 되기에 라운드 중에 사용하는 카드는 라운드 마지막 카드를 위한 진행이 됩니다.
저는 「다섯 개의 오이」도 좋아하지만, 이 게임이 대중적으로 재밌다고 받아들여지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의 못 돌립니다 ㅠㅠ) 그래도 「바크 사이드」는 게임의 큰 틀은 「다섯 개의 오이」와 비슷하지만, 몇 가지 요소가 가져온 차이 덕분에 「다섯 개의 오이」보단 좀 더 쉽게 꺼낼 수 있었습니다.
우선 게임의 진행이 싱글 카드가 아닌 여러 장의 같은 숫자로도 가능합니다. (다만 제약 조건은 있어서 이 조건이 해결되었을 때부터만 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간단하게나마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한 순간이 종종 있습니다.
두 번째로 「바크 사이드」는 「다섯 개의 오이」와 달리 감점이 무조건 누적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마지막 카드로 승리해서 감점 카드 세 장을 받을 때, 자신이 모은 감점 카드의 종류를 기준으로 현재 점수를 계산합니다. 처음부터 적은 감점을 노리고 플레이하거나 운이 따른다면 패배 직전의 순간에서도 극적으로 살아남는 경우가 있어서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재미를 제공했습니다.
오랜만에 「다섯 개의 오이」를 다시 해봐야지 어느쪽이 좀 더 제 취향인지 알 수 있을 텐데, 언제쯤 다시 해볼 수 있을까요...
「언더워터 시티즈 (Underwater Cities)」
플레이 횟수 : 2, 3, 4인플 각 1회 (앞면)
일꾼 놓기를 중심으로 하여 엔진 빌딩 요소도 약간 들어가 있는 전략 게임입니다. 일꾼 놓기를 할 때 손에 든 카드 중 한 장을 사용해야 하는데, 선택한 일터와 카드의 색이 일치하지 않으면 카드가 버려지고 일치하면 카드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사용한 카드를 통해서 자원이나 특별한 액션을 받거나, 앞으로의 게임에서 도움을 받는 엔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설명만 봐서는 카드 운이 크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손에 들어오는 카드를 늘리거나 조정하는 장치들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고 카드 못지않게 일터의 효과가 강력해서 운의 영향은 매우 적습니다. 오히려 게임 시작 시 공개되는 스페셜 카드 및 정부 계약 카드를 보고 장기적인 플랜을 잡는 게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많이들 비교하시는 「테라포밍 마스」는 카드 없이 할 수 있는 기본 프로젝트가 가지는 효율 및 영향력이 미미하여 카드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대신 게임 중 매우 많은 카드를 보게 해서 큰 수의 법칙으로 극단적인 운의 쏠림을 방지하고 몇몇 카드 및 지리적인 요소로 견제의 기회를 열어놓아 밸런스를 해결하려 하죠. 그러나 「언더워터 시티즈」는 일꾼 놓기에서 일터의 가지는 역할이 크게 하여 카드만 가지고 게임을 진행할 수 없도록 게임의 뼈대를 일꾼 놓기로 잡아두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이 차이가 매우 크고, 그래서 비록 두 게임이 엔진 빌딩 요소를 많든 적든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비슷하다고 하기 힘든, 매우 다른 게임이라고 봅니다.)
생산시설의 건설 및 생산이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생산 횟수가 매우 적습니다. 따라서 생산 직후에는 풍족하지만 다음 생산 전까지 할 일도 많기에 점점 소지 자원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생산 능력을 갖추어 생산 후의 풍족함을 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터 및 카드가 주는 크고작은 혜택을 통해 자원난에 허덕이지 않도록 액션의 흐름을 부드럽게 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반대로 말해 다른 플레이어의 자원 및 개인판 상황을 읽고 견제하는 것 역시 가능하고요.
3인플과 4인플 시 액션칸의 숫자가 거의 차이가 없어서 4인플이 더 좁긴 합니다. 그러나 4인플 시 사용하는 액션 복사 능력 덕분에 3인플에서는 맛볼 수 없는 풍족함도 공존합니다. 예를 들어, 3인플 시에는 스페셜 카드가 라운드마다 오직 하나만 플레이어들이 가져갈 수 있는 귀한 카드였다면, 4인플에서는 게임 후반에는 거의 매 라운드 두 장의 스페셜 카드를 플레이어들이 가져가게 됩니다. 다운타임이 심각한 멤버가 아니라면, 4인플도 충분히 해볼만한 재미를 줍니다.
「테라포밍 마스」의 개인판은 여러가지 수치를 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수치의 증가 감소 모두 자주 일어나기에 수치를 정확히 기억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언더워터 시티즈」는 새로운 건설물을 건설하여 늘려가는 방식이라서 개인판이 흔들려도 복기하기가 쉽습니다. 「테라포밍 마스」조차 개인판 오거나이저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게임 플레이에 지장은 없다.'라고 보는 저로선 「언더워터 시티즈」는 개인판 오거나이저의 필요성을 전혀 못 느꼈습니다.
아직 뒷면 보드를 사용해보진 못했지만, 첫 플레이부터 계속 맘에 들었고 같이 게임을 했던 분들 모두 입을 모아 칭찬하셨네요. 빨리 뒷면 플레이도 해보고 싶고 확장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버건디의 성」처럼 다양한 개인판을 추가해주는 미니확장도 환영입니다.
p.s.
만약 제가 이 글을 이틀만 빨리 썼으면 최근 해본 게임 중 가장 재밌었다고 적을 텐데, 바로 어제 「버라지」를 플레이했고 「언더워터 시티즈」 못지 않게 너무 재밌었던지라 차마 「언더워터 시티즈」가 단독 최고란 말은 못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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